
정부와 건설업계가 ‘모듈러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한 건축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기 단축과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모듈러 공법(조립식 건축의 일종)을 적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연 3000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을 통한 건설산업 혁신을 위해 관련 금융 지원 제도도 신속하게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70% 이상 부재를 사전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평균 20%~30% 공사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또한 생산성 향상, 균일한 시공 품질, 건설산업 인력난 해소 및 안전사고 저감 등의 장점이 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말 건설한 세종 6-3 생활권 UR1, 2블록 모듈러주택의 현장 작업은 100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LH에 따르면 UR 1·2블록은 지난해 6월20일 본격적으로 모듈러를 쌓기 시작해 97일 만에 적층 작업을 마무리했다. 매일 12~15개의 모듈러를 차질 없이 조립한 결과다.
정부도 현재 연간 1000호 수준인 모듈러 공공임대주택 발주 물량을 올해 2000호, 내년 이후에는 3000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시 주택도시기금에서 10% 추가 융자를 지원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마련했다.
실제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은 2019년 324억원에서 2023년 8059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특히 오는 2030년에는 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도 모듈러 주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건설은 모듈러 주택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부터 PC 제조 자회사 GPC와 목조 모듈러 전문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설립해 현장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탈현장 건설 공법의 확대 적용을 적극 추진해 왔다.
GPC는 지난 2021년 충북 음성에 연간 16만㎥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으며, 지하주차장, 물류센터,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PC제품을 납품하며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자이가이스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50억원에 달했다. 이는 첫 매출로 잡힌 2023년 14억원 대비 10배가량 폭증한 것이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국제 교육프로그램의 견학지로 선정됐다. 이에 지난 16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도시개발 및 스마트 인프라 정책 (MUDSIP)’ 석사과정에 참여 중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 15개국 출신 공무원 22명이 충남 당진에 위치한 자이가이스트(XiGEIST) 생산시설을 방문했다.
DL이앤씨는 지난 2023년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국내 최초의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했다. 구례 모듈러 주택단지는 연면적 2347.63㎡ 부지에 다락방을 포함한 지상 1층 단독주택으로 전용면적 74㎡의 26가구 규모다. 귀농·귀촌형 공공임대주택 사업으로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가 최근 준공 후 입주를 시작했다.
또한, 고객이 표준 모듈러 유닛을 마음대로 골라 원하는 평면을 계획할 수 있는 ‘멀티 커넥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주방과 거실, 침실 등 고객이 원하는 유닛을 마치 레고처럼 선택하고 조립해 배치할 수 있다. 썬룸이나 스파 같은 특별한 옵션도 고객 맞춤형으로 설치 가능해 모듈러 단독주택의 설계 상품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물산은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와 업무협약(MOU)을 지난 16일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해 40m 이하의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2세대 모듈러 승강기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번 협약을 통해 초고층 건물(500m 이하)에도 적용할 수 있는 3세대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모듈러 승강기는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는 모듈러 주택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정부와 민간의 관심이 집중되며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국토부는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 출범 등을 통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모듈러 주택은 공사 기간이 짧고 품질이 균일하다는 강점이 있으나 초기 공사비가 기존 방식보다 약 30% 비싸고, 내화성능 기준과 분리발주 의무 같은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품질 인증과 기술 표준화도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지만, 정부 지원과 기술 발전이 맞물릴 경우, 모듈러주택은 향후 주택공급 방식의 주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