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의지는 인간 존재의 핵심이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우리의 삶을 형성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AI가 점점 더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모방하고, 때로는 뛰어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한 해설자가 알파고를 향해 “알파고가 사람처럼 두려고 하네?”라는 해설을 해 큰 화제가 되었다. 자유의지는 과연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인가, 아니면 알고리즘이 흉내 낼 수 있는 일련의 조건 반응일 뿐일까?
AI는 이미 인간의 행동을 놀라울 정도로 예측한다. 사람들은 온라인에 더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남기는데 여기에 우리는 빅데이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사람들의 행동, 패턴, 동향, 사회현상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무색해지는 경우다. 대부분 상업 광고는 우리의 관심사를 정확히 꿰뚫고, 추천 시스템은 우리가 아직 클릭하지 않은 것을 먼저 보여준다. 인간의 선택이 과연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것인가의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우리가 내린 결정은 정말 자율적인가, 아니면 데이터에 의해 정교하게 유도된 결과인가?
AI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은 경험하지 않고, 고통받지 않으며, 의미를 느끼지 않는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의식’ 때문이다. 우리는 고뇌하고, 갈등하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그 과정에서 자아를 형성한다. AI는 목표를 최적화할 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기계처럼 판단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더욱 절실히 자각하게 된다.
우리는 기계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통해 오히려 인간다움을 회복하려 애쓴다. AI의 등장으로 자유의지가 약화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면, 그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우리 삶의 주인인가? AI 시대에 우리는 진짜 ‘자유’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AI 존재의 핵심은 무엇일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예측하거나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도구다. 인간처럼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는 않지만,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계산한다. 자유의지나 감정, 특정 목적을 향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데 있어 AI는 매우 강력하다. 그 존재의 핵심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보완하고 증폭시키는 능력에 있다.
AI는 어떻게 인간들에게 유익할 수 있을까? AI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AI는 학생의 수준에 맞는 학습을 제공하고, 교사는 더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일상생활의 검색, 번역, 교통, 금융 등에서 AI는 이미 우리의 ‘디지털 비서’ 역할을 하며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고 있다.
AI는 인간을 대신하기보다는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도구다. 우리가 더 창의적이고, 더 공감하며, 더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반복적이고 계산적인 일을 맡기는 존재. 인간이 더 인간다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AI의 진짜 가치다. 이런 특성을 볼 때 AI와 인간이 협력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AI의 능력과 인간의 창의력, 감성, 윤리의식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창작과 예술에서 AI는 이미지 생성, 음악 작곡, 글쓰기에서 패턴과 스타일을 학습해 빠르게 시안을 제시하고 인간은 창작물에 의미, 감정, 사회적 맥락을 부여한다. AI는 수천만 건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의 가능성을 빠르게 예측하고 치료방법을 제공하지만, 의사는 환자의 감정 상태, 병력, 삶의 질까지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AI는 위성 이미지, 기후 모델, 대기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예측과 정책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지만, 인간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윤리적·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실천 전략을 수립한다. AI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가치와 맥락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그래서 AI는 무한한 미래 기술이며 도구로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지만, 방향을 설정하고 책임지는 건 결국 인간이다. AI와 인간이 협력해 나갈 때 우리는 더 조화롭고, 똑똑하며, 더 따뜻하고, 더 지속 가능한 아름다운 지구촌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나와 우리의 자유의지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