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사법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4일 국회에서는 대법관 정원을 대폭 늘리는 법안이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 이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법조 권력 구조 개편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인 사법개혁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자 법조계 안팎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제1소위원회에서 대법관 정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박범계·장경태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해당 법안은 현행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 이상, 최대 1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재판 지연과 형식적인 상고심 문제를 해소하려면 대법관 증원이 불가피하다”며 대법관 수 확대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실제로 현 체제에서는 대법관 1명이 연간 수천 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해, 대부분의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실질 심리가 생략되는 등 형식적 판단만 이뤄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법개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강화와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증원과 함께 대법관의 다양성 확보와 추천위원회 실질화 등 추가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법관 증원 외에도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을 주요 개혁 과제로 내세운다. 검찰의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각각 분산하고, 기소청 신설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간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며 정치적 수사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이 대통령은 검찰 권한을 축소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사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외부 통제장치 마련도 추진된다. 특히 탄핵 없이 검사를 파면할 수 있도록 징계 제도 도입이 검토된다. 현행법상 검사는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거쳐야만 파면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검찰 조직 내부에서는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절차법’ 제정도 추진된다. 이 법안에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수사준칙의 법제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가중처벌 및 공소시효 예외 규정 등이 담길 예정이다.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는 사법적 통제를 강화해 영장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수사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인권 강화’와 ‘수사 지연’ 사이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능 강화도 검토 중이다.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공수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재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는 ‘공수처 강화법’을 발의했다.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조직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사법개혁이 임기 첫날부터 속도를 내면서, 법조계 전반에 전례 없는 구조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 중심의 기소 체계, 대법원의 소수 정예 심리 구조, 수사기관의 관행적 행태 등 기존 시스템 전반에 근본적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개혁 과제 대부분이 법률 개정을 전제로 하는 데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간 이해관계도 첨예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대법관 증원을 추진한 것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사법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강한 시그널”이라며 “동시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으로 형성된 ‘사법 리스크’ 이미지를 전환하려는 정치적 전략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입법 추진은 가능하겠지만, 사법개혁은 국민적 공감대가 핵심인 사안이어서 반대 여론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단기적 성과보다는 긴 호흡으로, 여야 합의와 사회적 설득을 병행하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관련한 5건의 재판 진행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에 따라 진행되나, 민주당이 21대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일부터 6월 임시국회를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을 중단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해 재판 일정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