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는 홈플러스, 고난도 M&A 예고…“신뢰 회복 관건”

새주인 찾는 홈플러스, 고난도 M&A 예고…“신뢰 회복 관건”

‘인가 전 M&A’ 회생 돌파구…4년 연속 적자가 발목
채권단·정부 규제·노조…이해관계 조율도 성패 좌우
업계 “사업 정상화 여부, 설득력 얻어야”

기사승인 2025-06-16 17:00:52 업데이트 2025-06-16 21:06:20
한 시민이 서울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을 찾았다. 연합뉴스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본격적인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법원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도, 낮은 실적과 채권단 변수, 제도 리스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사업 정상화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이번 M&A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에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6816억 원, 계속기업가치는 2조5058억 원으로, 청산 시 회수 금액이 1조1758억 원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가 전 M&A’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전 투자자를 먼저 확보하고, 신주 발행을 통해 새 인수인이 대주주로 들어서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M&A가 기존 주식을 매각하는 구조라면, 인가 전 M&A는 신주 발행을 통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점이 다르다.

이번 M&A가 성사되면 인수자를 중심으로 회생계획안을 수립해 채권단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진행된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보유 중인 약 2조50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를 전량 무상 소각하고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 매각의 최대 걸림돌은 낮아진 영업실적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31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5% 늘었다. 지난 2021년(-1335억원)부터 2022년(–2602억원) 2023년 (1994억원) 등 4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 규모 도 급속히 축소됐다. 홈플러스의 자본총액은 MBK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5년 2월 말 2조2958억원이었으나, 지난해 2월 말 기준 2653억원까지 줄었다. 

매각 성사 여부는 채권단의 입장에도 달려 있다. 최대 담보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 점포를 담보로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상태다. 메리츠금융증권이 담보권을 행사할 경우 M&A 추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담보권을 실제로 행사해 점포가 폐쇄되면 대규모 실직과 유통업계 전반의 혼란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담보권 행사 유예를 촉구하며 압박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또 새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도 부담 요인이다. 특히 개정안은 주주 권한과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회생 중인 기업의 경우 M&A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이나 절차 이행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주 이익에 대한 권리가 확대되면 경영진 입장에선 의사결정 시 리스크를 더 많이 고려해야 하고, 매각 전략 등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진다. 

노조 반발도 거세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M&A 실패는 곧바로 청산”이라며 “MBK가 조사보고서를 핑계 삼아 M&A를 하려는 것은 진정한 회생이 아닌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한 절차”라고 비판했다. 점포 매각, 사업부 분할, 또다시 사모펀드에 매각한느 방식은 사실상 ‘먹튀’ 시도라는 주장이다.

업계는 인가 전 M&A의 성패는 결국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수익성 개선 전망과 함께 설득력 있는 구조조정 계획, 점포 폐쇄 여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노조와의 소통 채널 확보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인수된 이후에 경쟁력을 회복해 빠르게 사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정부 규제와 달라진 시장 환경 등 다소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현실성 있는 전략이나 구조조정안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로 인가 전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인수자금 형태로 유입되는 신규자금을 통해 채권단은 조기에 채권을 회수할 수 있고 홈플러스는 영업 지속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물론 협력사 안정도 되찾는 등 모든 부분에서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