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콩팥병 느는데 사라지는 ‘복막투석’…“재택투석치료 정책 지원 필요”

말기콩팥병 느는데 사라지는 ‘복막투석’…“재택투석치료 정책 지원 필요”

1인당 연간 평균 진료비 약 2800만원…암·치매보다 높아
복막투석 환자 2012년 7752명→2023년 5253명 감소
콩팥병 환자·보호자 46.6% “혈액투석에 대해서만 들어”
“복막투석, 부담 적은 환자 중심 재택치료”

기사승인 2025-06-19 13:53:08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가 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재택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방안’을 주제로 열린 대한신장학회·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만성 콩팥병 환자의 증가로 투석 환자 수가 급증하는데 복막투석 환자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담 의료인력 부족, 낮은 의료수가 등 복합적 제도적 한계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병상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도움이 되는 복막투석이 외면받는 현실이다.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신장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의기협)는 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재택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방안’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급증하는 말기 콩팥병 환자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치료 대안인 ‘재택 복막투석’의 필요성과 정책적 지원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신장)에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을 가늠하는 사구체 여과율이 60 미만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는 2010년 5만8860명에서 2023년 13만7705명으로 13년 사이 약 2.3배 증가했다. 만성 콩팥병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말기로 진행할수록 구토, 폐부종으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이 심해진다.

말기 콩팥병은 건강보험 재정 소모가 큰 질병이다. 말기 콩팥병 환자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 환자 중 약 0.2%에 불과하지만,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2%를 차지한다. 말기 콩팥병의 1인당 연간 평균 진료비는 약 2800만원으로, 암(510만원)이나 치매(380만원)보다 높다. 향후 10년 안에 투석 환자 수가 17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건강보험 지출은 약 3조원에서 5~6조원으로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기 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을 대신할 신대체 요법을 받아야 한다. 신대체 요법으로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외부로 빼내 인공신장기 기계를 통해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한 뒤 정화된 혈액을 다시 몸속으로 되돌려 보내 치료한다. 보통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4시간씩 병원 인공신장실에서 치료가 이뤄진다. 복막투석은 배에 복막관을 삽입하고 복막액을 주입해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한 후 복막액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매일 스스로 투석액을 교체해야 하지만, 병원 방문 횟수가 적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복막투석은 혈액투석 대비 의료비용 부담이 적고 환자 편의성도 높지만 감소 추세다. 복막투석 환자는 2012년 7752명(전체 투석 환자 중 13.5%)에서 2023년 5253명(4.5%)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은 가장 낮은 복막투석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5~10년 뒤 복막투석 비율은 2%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표 신장학회 총무이사(서울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2030년 무렵에는 복막투석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의료인 복막투석이 사라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복막투석을 투석 선택지로 고려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의 ‘만성콩팥병과 투석치료 대국민 인식조사’ 발표 자료.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복막투석이 사라지는 배경엔 복막투석에 대한 정보와 교육 부족으로 인한 낮은 인식, 정책적 지원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자리한다. 실제 의기협이 4월28일부터 5월18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1184명(일반인 768명, 환자 및 보호자 416명)을 대상으로 말기 콩팥병과 투석 치료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일반인 그룹의 86.2%는 ‘투석 자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으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환자·보호자 그룹에선 ‘들어본 적이 있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60.1%로 일반인 그룹보다 높았지만,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38.2%)거나 ‘들어본 적 없다’(1.7%)는 응답도 39.9%에 달했다. 말기 콩팥병 환자와 보호자 10명 중 4명은 투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 수준은 현저히 떨어졌다. 일반인 중 60.9%는 ‘혈액투석만 들어봤다’고 답했으며, 12.6%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환자, 보호자 중에서도 ‘혈액투석만 들어봤다’(46.6%)거나 ‘혈액투석·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6.3%)는 응답이 52.9%를 기록했다.

다만 두 가지 투석 방법에 대한 정보가 균형 있게 제공되면 투석 방법 선택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방법, 장단점 등에 관해 설명한 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묻자 일반인의 경우 ‘복막투석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69.8%로 혈액투석(30.2%)보다 높았다.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47.3%도 복막투석으로 변경을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총무이사는 “복막투석은 환자 삶의 질 향상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재택치료 방식”이라며 “복막투석 재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재택진료 보상체계 강화와 필수의료 네트워크 및 인프라 지원, 전문 인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회 연구에 따르면, 복막투석 환자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61%로, 혈액투석 환자(34%) 대비 2배가량 높다. 또 복막투석은 저혈압이나 부정맥 위험이 적기 때문에 체구가 작은 소아와 혈관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

신장학회는 오는 2033년까지 말기 콩팥병 환자의 재택치료 비율을 33%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정부에 △재택 복막투석 관리료 신설 △전국 복막투석 교육지원 네트워크 구축 △전문 인력 확보 지원 등을 요청했다. 황원민 신장학회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복막투석 재택 관리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만성질환 관리 모델”이라며 “재택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한 정부 당국의 실질적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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