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이 다음 달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중투심)를 앞두고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심사 통과 시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지만, 두 차례 반려될 경우 시민 여론과 의회 안팎에서 재검토 목소리가 거세질 가능성이 커 지역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시는 19일 “중투심 결과가 이르면 다음 달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심사는 지난 4월 1차 반려에 이은 두 번째 도전으로, 부산시의 사활이 걸린 결정으로 평가된다.
중투심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의 예산·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로, 재정건전성과 공공성 확보 여부가 주요 평가 지표다.
시는 중투심 통과에 대비해 이후 절차도 구체화했다. 통과 시 오는 9월 시의회에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제출해 의회 심의를 받을 예정이며, 2026년 본예산 편성을 통해 내년 1월 설계공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손태욱 부산시 체육국장은 “사직구장 재건축을 위한 로드맵은 마련돼 있다”며 “시민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행정적 뒷받침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의 첫 관문인 중투심을 통과하더라도, 실질적 착공까지는 여러 난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사안은 대체 구장 문제다.
시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내에 임시 야구장을 조성한 뒤, 신축 사직구장 완공 이후 이를 철거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해당 시설의 안전성, 조명 설비, 관중 수용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추가 예산 투입과 일정 지연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 하나의 핵심 변수는 재정 조달 방안이다.
부산시가 중투심에 제출한 사직구장 재건축 총사업비는 3400억 원 규모다. 그러나 시의회 내부에선 착공 지연과 물가 상승을 반영할 경우 최대 4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철호 부산시의원은 “계획보다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시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며 “공공사업 추진에서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재정 계획은 가장 우선적으로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중투심에서 사직야구장 재건축 안이 통과된다면, 일각에서 제기된 북항 야구장 대안 논의는 사실상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하지만 중투심이 두 차례 연속 반려될 경우, 북항을 포함한 입지 재논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과 야구계, 지역 여론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재건축 자체에 대한 정당성과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사직구장 재건축을 단순한 시설 개선 사업이 아닌 ‘스포츠 중심 도시’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투심이라는 첫 단추를 제대로 꿰야만 이후 절차의 명분과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르면 7월 초, 늦어도 중순까지 심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부산시는 시의회 공유재산 심의, 예산 확보, 설계공모, 대체구장 확보 등 남은 과제들을 본격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서지영 동래구 국회의원은 “사상최초의 감액 예산안이 되는 바람에, 사직야구장 재건축에 국비반영이 되지 않았다. 시비를 중심으로 2차 중투심에 들어간 만큼 시민들의 야구사랑과 지역 상징인 사직구장의 상징성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중투심 이후에도 부산시와 체계적으로 행정절차를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