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실험의 정밀예측을 지원해 세계 핵물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에 위치한 라온은 가속시킨 중이온을 표적과 충돌시켜 새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장치로, 지난해 7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희귀동위원소는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 중 수명이 짧고 희귀해 자연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KISTI 첨단과학컴퓨팅센터 조기현 박사팀은 IBS 희귀핵연구단 김영만 박사팀과 공동연구진을 꾸려 누리온을 활용한 거대규모 전산 모사를 통해 계획한 라온 실험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주요 미래 실험 주제를 제안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라온은 빅뱅 초기 비밀 규명과 우주원소 기원 추적, 별 진화 규명, 핵의 구조 및 핵력의 본질탐구 등을 목표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경제적 제약으로 빔 타임이 한정돼 실험 전 정밀 시뮬레이션을 통한 타당성 검증과 독창적 주제 제안이 매우 중요하다.
원자핵은 수십~수백 개 양성자·중성자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유한한 양자 다체 시스템이다. 이를 양자역학적으로 정확히 모델링하려면 원자핵의 파동함수와 핵자 간 상호작용을 동시에 고려하는 고차원 계산이 필요해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같은 양자 다체 문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고성능 병렬연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 누리온은 미시적·선험적 핵이론에 기반을 둔 희귀 핵종 구조와 성질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데 활용되며, 특히 나트륨-21의 핵 구조 예측에 성공했다.
이에 IBS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라온의 CLaSsy(Collinear Laser Spectroscopy) 장치에서 실제 실험을 수행했한 데 이어 후속 실험도 계획 중이다.

IBS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라온 가동 초기단계에서 누리온과의 시너지로 실험 예측정확도를 높이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한 선도적 사례”라며 “앞으로 실험 설계단계부터 슈퍼컴퓨터 계산결과를 반영해 실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식 KISTI 원장은 “세계적 수준의 AI 및 HPC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이온가속기를 비롯한 국가 대형장비 기반 계산과학 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대체불가능한 연구인프라 제공 기관으로서 국가 과학기술 혁신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2개월간 누리온 1500노드를 전용으로 할당받아 수행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최고권위 핵물리 학술대회 ‘INPC 2025’에서 발표됐다.
(과제명 : Nuclear Charge Radius Measurement for Neutron-deficient Na Isotop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