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가 두려웠다”…부산의 예고 재학 여고생 3명 집단 극단 선택

“진로가 두려웠다”…부산의 예고 재학 여고생 3명 집단 극단 선택

‘예술’ 앞에 선 입시 …강사 교체·진로 불안 겹쳤다

기사승인 2025-06-22 15:53:09 업데이트 2025-06-22 18:01:29
부산경찰청. 국민 db 


부산의 한 고층 아파트 화단에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여고생 세 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세 학생은 유서에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남겼고, 경찰은 이들이 사전 모의를 거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21일 오전 1시 39분쯤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에 출동해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같은 아파트 옥상에서는 유서와 가방이 발견됐으며, 외부 흔적은 없었다.

숨진 학생들은 모두 부산의 예술고등학교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인 친구 사이로, 최근 고3 진학을 앞두고 진로 문제와 학업 압박을 크게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미안하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당부도 담겼다.
이 중 두 명은 현장에, 한 명은 휴대전화에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입시·경쟁, 예술교육 현장도 예외 아니었다
이들이 다니던 학과에서는 올해 초 강사 14명 중 10여 명이 대거 교체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강사와 커리큘럼이 바뀌며 수업이 불안정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고는 일반고와 달리 실기 중심의 교육 특성상 지도 강사와 학생 간 신뢰 관계가 학업과 진로의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갑작스러운 교체는 학생들의 혼란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학교 측도 이를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강사 교체 이후 일부 학생들이 불안감을 토로한 진술이 있었다”며 “사망 학생들과 관련된 학급과 전교생을 대상으로 긴급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즉시 공동대책반을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섰고, 해당 학교는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수습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진로 고민과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학교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숨진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모습이 포착된 건 사건 전날 밤 11시 42분, 셋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20층에서 내리는 장면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이들 모두의 거주지가 아니었으며, 경찰은 학생 중 1명이 인근에 거주해 이 아파트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술계 특목고는 입시와 진로 불안, 실기 평가, 외부 강사 의존도 등 구조적 압박이 강한 환경”이라며 “학생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무거운 미래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지 세 명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예술교육 현장의 실태와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남은 학생들에 대한 심리 상담을 강화하고, 비슷한 환경에 있는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서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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