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정조준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미국 현지시간)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을 미군이 직접 타격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시설은 모두 우라늄-235 농축과 관련된 핵심 기지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우라늄-235 농축 관련 핵심 시설 3곳을 미군이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항공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빠져나와 안전하게 귀환 중”이라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부연했다.
미국군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 벙커버스터(GBU-57)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해 각 핵시설을 집중 타격했다. B-2 폭격기는 포르도 지하 핵시설을 목표로 GBU-57 벙커버스터 12발을 투하했다. GBU-57은 무게 13.6톤에 달하는 대형 벙커버스터로, 콘크리트 구조물도 뚫고 지하 60m까지 관통할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의 핵시설 폭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는 지상부에만 국한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원자력청과 국영방송은 “핵심 장비와 우라늄 비축분은 사전에 대피 조치됐다”며 “방사능 누출은 없고, 핵심 시설의 가동에 문제가 없다”고 반복해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예상하고, 포르도 등 핵심 시설에 보관 중이던 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을 사전에 대피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복구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란 정부는 “핵 활동은 계속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권 수호 의지를 재강조했다.

미국의 핵시설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는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집중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2일(현지시간)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현재까지 확보된 정보상 공습 대상이 된 시설 외부에서 방사능 수치 상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IAEA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며 추가 정보 확보 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란 내 상황이 매우 긴급한 만큼, 23일 IAEA 이사국 35개국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IAEA는 “핵 안전·보안 위험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까지 방사능 유출은 없고, 피해는 시설 내부에 국한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핵분야 전문가인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타격 지점이 지하 핵심 농축설비에 닿았는지가 관건”이라며 “지상 공장이 폭격을 당했더라도, 지하 시설이 무사하면 가동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라늄-235 농축 시설은 정밀한 기기 집합체여서, 일부만 손상돼도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며 “벙커버스터가 사용됐다는 보도가 있는 만큼, 지하 깊숙이 침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 교수는 “이번 공습은 부셰르 원전처럼 대형 원자로가 아닌 농축 공장과 연구로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라늄-235는 연료 전 단계 물질로 방사능이 낮아, 직접적인 오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로가 일부 손상됐다는 보도도 있지만, 이는 소형 설비여서 대규모 방사능 유출 가능성은 적다”며 “현재로선 방사능보다는 정치적 충돌의 확산 가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UN)과 주요 국제사회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공습은 이미 극도로 긴장된 지역에서 위험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위”라며 “이번 사태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위기에서 군사적 해법은 없으며, 유일한 길은 외교와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G7은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이란은 중동 불안정의 주된 원인”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지역 내 긴장 완화와 인도적 접근 보장”을 특별히 강조했다. EU 외교장관들은 중동 사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