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가 시화공장 근로자 사망사고 등 잇단 산업재해를 계기로 산업안전에 6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안전경영혁신TF도 신설해 사고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022년 평택 SPL 공장 사고 이후 ‘1000억원 투자’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된 만큼, 투자 실효성에 대한 부분은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23일 쿠키뉴스가 입수한 SPC 안전경영 혁신 방안 대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SPC그룹은 올해 4분기(10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총 62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안전·자동화 등 시설투자과 안전문화 정착에 각각 543억원, 81억원 등을 사용한다.
핵심 방향은 기존의 생산성과 납기 중심 운영체계를 노동자 생명과 건강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외부 시민안전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 안전협의체를 구성한다. 매월 정기회의와 합동점검을 통해 유해·위험 요소를 상시 발굴하고, 관련 예산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별로는 △파리크라상 세척설비 교체(52억원) 등 166억원 △SPC삼립 스파이럴 컨베이어 교체(50억원) 등 133억원 △샤니 노후설비 교체에 100억원 △SPL 위험설비 자동화에 97억원 △SPC GFS 노후장비 교체에 28억원 △비알코리아 배합설비 자동화에 19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전 계열사에 걸쳐 안전인력 증원, 외부 전문가 진단, 관리자 교육 위탁 등에 81억원을 배정한다.
‘스마트 신공장’ 건립도 추진한다. 노후화된 라인 교체와 그룹 통합 생산이 가능한 안전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건축 연면적 2만평 규모의 공장에 약 2700억원을 투입, 인공지능(AI) CCTV 안전 자동 감지 등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작업환경과 교대제 개편도 추진된다. SPC삼립은 50.9%인 현 2조2교대 비율을 2027년까지 10%로 낮춘다. 3조2교대는 현 28.8%에서 60%까지 확대한다. 샤니는 내년까지 2조2교대 비율을 현 34.4%에서 23.9%로 낮춘다. 3조2교대 비율은 47.4%에서 56.8%로 높인다. 파리크라상은 현재 58.5%인 2조2교대 비율을 2026년 31.3%, 2027년 26.4%까지 점진적으로 줄인다. SPL은 주간고정 근무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2022년 SPL 평택공장 근로자 사망사고 당시 1000억원 투자와 SPC안전경영위원회 출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대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SPC는 202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969억원을 안전설비 확충 고강도 위험작업 자동화 등에 사용했다. 세부적으로는 커버·난간·센서 등 안전장치, 안전장비·구급용품 등에 254억원, 근골격계질환 예방·끼임 등 사고 예방에 278억원, 통로개선 등 환경개선에 210억원, 노후기기 교체 등 173억원, CCTV·진단 등 안전문화 정착에 54억원 등이다. SPC는 오는 9월까지 총 1000억원 투자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SPC 노사안전협의체가 합동 안전점검을 시행한 결과, SPC 계열사 24개 사업장 중 미비 사항은 568건 이상 발생했다. SPC삼립은 회전체·끼임 등 기계적 위험, 누전·감전 접지상태 등 전기적 위험 등 306건, 샤니는 컨베이어 끼임 위험 등 83건 등이다. 이어 △파리크라상(63건 이상) △비알코리아(53건 이상) △SPL(48건) △SPC팩(15건) 등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도 2023년 경기 성남 샤니 공장, 2024년 시흥 시화공장에서 각각 발생했다.
시민사회는 오너 일가에 대한 직접 처벌도 촉구하고 있다. SPC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근로자 존중이 없다면 금액을 아무리 투입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문제는 돈을 안써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책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오너일가의 형사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진 사고 이후,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당국은 4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영장 신청 끝에 지난 13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고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도 SPC그룹의 사고를 도화선 삼아 산업안전 청문회를 검토하고 있으며,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제도적 대응 마련에 착수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