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핵시설 타격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면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미 유가 불안정성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시장 전반의 부담 확대로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을 미국이 직접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 이에 보복을 선언한 이란은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 의결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30분 기준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36% 오른 배럴당 76.32달러를 나타냈다. 같은 시간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은 3.27% 상승한 79.4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 초반 81.4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약 20%의 이동 경로인 핵심 전략 항로다. 이란 의회가 봉쇄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로 넘겼지만, 실제 봉쇄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가 결정하게 된다. 실제 봉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진단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라며 “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 원유 수송로가 제한될 경우, 유가 수준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록 미국의 중동지역 원유 의존도가 크게 낮 아진 상황이긴 하나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 시장의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변동성이 극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가 불안정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킬 수 있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향후 전쟁 상황에 따라 시장 방향과 변동성이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높아 국내 증시에는 조정의 빌미가 될 전망”이라면서 “특히 전체 원유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하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충격이 크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