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계가 10년 만의 수주 호황을 맞았지만, 현장에서는 내국인 청년 인력의 이탈과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 증가라는 상반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 감소로 외국인 노동자가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은 반면, 잦은 이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겹치면서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다시 활기를 되찾았지만, 내국인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와 지방 근무 회피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지난해 7월 기준 울산의 19~39세 청년 인구는 26만5083명으로 1년 전보다 2.8%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인구 감소폭(0.5%)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울산 청년의 43.5%는 직업상의 이유로 지역을 떠나고 있으며, 20~30대가 전체 순유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청년 인구 감소는 지역 제조업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미래 산업 부재, 정주 여건 미흡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한 중공업계 관계자는 “‘제조업=고된 일자리’라는 인식이 청년들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조선업이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강해 실제로 울산 조선소나 협력업체에서 청년 구직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15년 울산 동구에서 조선업에 종사하던 30대 초반 노동자는 약 8880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2725명으로 급감했다. 현장 인력이 빠르게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울산 동구의 외국인 인구는 2024년 6월 기준 8828명으로 급증했다.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주요 조선소의 외국인 노동자는 2023년 3500명에서 2024년 4500명으로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울산 전체 외국인 주민 수는 2023년 기준 4만169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이 중 24.4%가 근로자 신분이다.
제조업 전반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E-9비자를 받은 조선업을 포함, 전체 제조업 외국인 근로자는 2022년 16만 4145명에서 지난해 21만 9507명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 급증…‘필수 인력’ 자리 잡았지만 이탈도 잦아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수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조기 이탈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태국 국적의 노동자 7명이 지난달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일주일여 만에 출근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소속인 나머지 2명도 비슷한 시기에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청년 이탈과 외국인 의존의 악순환이 심화될 경우,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지속 성장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중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와 외국인 근로자 의존 현상이 심화할수록, 인력 구조의 위기와 제조업 지속 성장의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며 ”기술 전수의 단절과 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올해만 2만명 이상의 생산직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와 울산시는 우즈베키스탄 등 현지에 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하고, 장기 취업비자(E-7-4) 확대 등 이민정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동등한 처우 △임금·근로환경 개선 △언어·생활 지원 등 실질적 대책 없이는 인력난 악순환과 산업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현장을 기피해 외국인이 투입이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계약서를 다시 쓰는 등 취업 사기 사례도 발생한다. 민간 업체나 브로커가 본국에서 높은 송출비를 요구(1000만원 이상)하는 경우도 있어 한국에 오기 전부터 경제적 부담이 안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 접수되는 상담의 절반 이상이 임금 체불과 사업장 변경 관련 상담”이라며, 현재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외국인 고용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