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리더 없는 1년…경영평가 낙제점에 내부 혼란 가중

한국관광공사, 리더 없는 1년…경영평가 낙제점에 내부 혼란 가중

기사승인 2025-06-25 06:00:07
서울 경복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아 충격을 안겼다. 뚜렷한 비위 행위가 없었음에도 낙제점을 받은 데 대해 내부는 물론 업계 전반에서도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간 낙하산 인사 반대 등 자정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리더십 공백과 구조적 미흡, 공공기관으로서의 전략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등급(아주미흡)을 받았다. E등급은 통상적으로 횡령이나 배임 같은 중대한 비위가 있을 때 매겨지는 등급인데, 공사 내부에서는 그런 사안이 없었음에도 최하위 평가를 받은 점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도 D등급으로 간신히 최하위를 면했다.

공사 내부에서는 그동안 정치권 낙사한 인사 반대 등 자정 노력을 펼쳐왔음에도 불구하고 평가 결과가 최악으로 나온 데 대해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최근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자정 노력에 나서기도 했다. 

관광공사 직원 A씨는 “아예 성과가 없던 기관도 아닌데, 사상 처음으로 E등급을 받아 너무 당황스럽다”며 “평가 기준이나 감점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아직 내부적으로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외래관광객 유치, 콘텐츠 기반 관광마케팅 확대, 지역 관광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해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약 1637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였고, K-관광로드쇼, 아세안 타깃 마케팅, 관광벤처 지원 확대 등도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경영 전반의 효율성과 내부 통제 시스템에서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와 기획재정부는 향후 세부 평가 항목과 감점 사유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관광공사는 정확한 감점 사유를 파악한 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아직 세부 평가표를 받지 못해서 정확한 요인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재무성과지표에서 한계를 보였던 것 같다”며 “세부성과표는 기획재정부에서 9월경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며 “향후 운영 계획 등은 세부 평가표를 확인한 이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번 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리더쉽 부재를 지목하고 있다. 김남조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오랫동안 공사 사장이 공석이었던 점이 조직 운영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공사 사장은 다양한 이슈를 조율하고 조직을 다지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장기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임원진 역시 조직을 유기적으로 이끌지 못한 점이 있었고, 이런 구조적 문제들이 이번 평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업계 관계자도 “공사는 공공기관인 동시에 관광산업 전반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들이 개별적으로는 할 수 없는 해외 네트워크 구축,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같은 역할을 공사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줘야 업계도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데, 대행 체제에서는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장의 역할이 큰 상황이다. 김 교수는 “지금은 K-팝을 비롯해 K-콘텐츠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자산으로 떠오른 시점”이라며 “관광공사 차원에서도 리더십을 기반으로 이런 흐름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광업계 관계자 역시 “관광공사가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관광산업의 비전과 체계를 설계하는 싱크탱크이자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새로 임명될 관광공사 사장을 중심으로 공사가 전략적인 정책을 펴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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