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쉽게 지치고 자주 멈춘다면 ‘편평족’을 의심해 보세요 [건강 나침반]

아이가 쉽게 지치고 자주 멈춘다면 ‘편평족’을 의심해 보세요 [건강 나침반]

많이 걸을수록 느껴지는 발의 피로감
글‧글‧김우섭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기사승인 2025-06-28 07:20:03

만보, 이만보, 삼만보 여행 가서든 운동이든 오래 걸어본 사람은 느껴봤을 발의 피로. 자녀가 유독 발의 피로를 호소하고 얼마 걷지도 뛰지도 않았는데 곧잘 멈춘다면 평발인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평발의 진짜 이름은 편평족

일상적으로 흔히 말하는 '평발'은 질병이 아니라 발의 모양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의학적으로는 ‘편평족(Pes planu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는 발바닥의 종아치(Longitudinal arch)가 정상보다 낮거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편평족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먼저 유연성 편평족(Flexible flatfoot)은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아 있는 듯 보이지만, 발뒤꿈치를 들거나 발끝으로 섰을 때 아치가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성장 과정 중에 관찰되며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 없이 호전된다. 반면 강직성 편평족(Rigid flatfoot)은 서 있든 앉아 있든 모든 자세에서 아치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발 구조가 단단하게 고정된 형태를 보인다. 통증이나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밀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5세 이하 아이들의 경우 약 90%가 유연성 평발을 나타내며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치가 생성된다. 유아일 경우 평발을 보인다고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도 평발을 형성하고 있다면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평발이라고 해서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통증이나 큰 변형이 없고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다면 경과 관찰을 하면서 지내면 된다.

그렇다면 언제 치료를 고려해야 할까? 진단을 통해 평발임이 확인이 되고 증상이 동반되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끼친다면 치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체육시간 기피하고 오래 걷지 못한다면 평발 의심해 봐야

평발일 경우 1시간 이상 걷지를 못하고 금세 발의 피로를 느끼거나 바깥쪽 복숭아뼈 주변 또는 발바닥 아치 아래쪽으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종아리 통증, 발뒤꿈치가 종아리와 수직선상에 위치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틀어져 있는 경우 또는 보행 시 발이 외측으로 틀어져 팔자걸음을 하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이 평발의 증상이다. 자녀가 학교에서 체육활동 참여를 꺼리고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한다면 발을 살펴봐야 한다. 체육시간 참여가 어려워짐에 따라 학급 활동에 제약을 받고 학우 관계 형성 및 성격 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진단을 위해 발의 모양을 관찰하고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한다. 발을 지면에 디딘 상태로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변형 여부와 정도를 확인한다. 발등뼈와 발목뼈의 긴 축이 평행인지를 보는데, 평발일 경우 발등뼈의 긴축에 비해 발목뼈의 긴축이 아래쪽을 향한다. 뒤꿈치뼈와 정강이뼈가 일직선상에 놓여 있는지와 뒤꿈치가 바깥으로 빠지는 후족부의 외반이 동반됐는지를 확인한다.

깔창착용… 영구적인 교정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

치료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보존적 치료에는 스트레칭과 보조기 착용이 있다. 평발의 경우 종아리 근육이 짧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펴고 발바닥은 안쪽으로 발등은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발을 살짝 비틀고 엄지발가락이 몸쪽을 향하게 발목을 당겨 준다. 일어선 상태에서는 뒤꿈치를 들고 까치발로 걸어서 발 뒤쪽의 힘줄을 강화한다. 

다음으로는 깔창과 같은 보조기 착용이 있다. 깔창 자체가 평발을 완전히 교정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 완화에 목표를 두고 착용하게 되며 착용할 때만 교정이 되기에 신을 때는 증상이 완화된다. 평발이 한쪽 발에만 발현되면 깔창을 착용함으로써 골반 틀어짐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증상이 있을 때 의사와 상담을 통해 깔창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하여 깔창을 착용하도록 한다.

수술…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대부분의 소아평발은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하기에 수술은 자주 시행되지는 않는 편이다. 스트레칭과 보조기 착용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변형이 심한 경우, 그리고 보행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통증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술에는 크게 뼈에 대해 시행하는 수술법과 근육과 인대와 같은 연부 조직에 대한 수술법이 있다. 연부 조직에 대한 수술로는 아킬레스건 연장술, 인대 재건술 등이 있는데 단독으로는 시행하지 않는 편이다. 뼈에 대한 수술로는 관절을 붙여서 변형을 교정하는 관절 유합술과 뼈를 잘라서 변형을 교정하는 절골술 등이 있다. 절골술은 절개 부위가 커 흉터가 크게 남을 수 있으며, 통깁스 착용 및 체중부하를 하지 못하는 시간이 4~6주 필요하다.

최소침습적 시술로 나사삽입시술(Calcaneo-stop)이 있다. 거골하 관절(발목 바로 아래쪽 관절)에 작은 나사를 삽입해 자연스럽게 평발을 교정하는 술식이다. 1~2cm 가량 피부를 절개해 나사못 형태의 임플란트를 삽입하며, 시술 시간은 10분 내외로 소요된다. 수술 바로 다음 날부터 걷기가 가능하다. 절개 부위가 작아 흉터 역시 작으며 수술 후 통깁스 없이 바로 체중부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사삽입시술은 만 8~12세 연령대에서 시행하기에 적합하다. 뼈가 완전히 성장하기 이전의 아이에게 시행하여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평발을 교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정되기를 기대한다면 성장판이 닫히기 이전에 시행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나사를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성장기 아이에게 시행해도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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