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내일부터 디딤돌, 버팀목,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한도를 줄인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권 자체 대출 규모를 조여 왔으나, 정책대출까지 감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27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금융권 자체 대출은 연간 50%, 정책대출은 25% 가량 규모를 줄이고, 이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를 연간 20조 정도 감소시키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수도권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 자체대출과 정책대출의 총량 관리목표를 하향하고, 주택구입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여신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에서 취급하는 주택구입목적의 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 중도금대출은 원칙적으로 제외되고, 잔금대출로 전환할 경우에만 한도 적용을 받는다. 그간 주담대 총액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 국장은 “고가 주택을 15~20억원까지 대출받아 사는 경우를 막기 위한 새로운 유형의 규제”라고 설명했다.

주택 가치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을 뜻하는 LTV(Loan to value) 규제도 80%에서 70%로 강화한다. 이에 따라 디딤돌 대출은 일반 2억5000만원에서 2억원, 생애최초와 청년 특례 3억원에서 2억4000만원, 신혼 특례 4억원에서 3억2000억원, 신생아 특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최대한도가 하향 조정된다.
버팀목 대출 최대한도도 생애최초와 청년 특례 2억원에서 1억5000만원, 신혼 특례 수도권 3억, 그 외 지역 2억원에서 수도권 2억5000만원, 그 외 지역 1억6000만원, 신생아 특례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감축한 재원은 공공임대주택 등 주택공급과 저소득 서민에게 낮은 이자로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등 사용처를 바꾼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가 본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정수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택공급을 다양화해 많이 하는 것이 국토부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보금자리론에는 내일부터 실거주 의무가 신설된다.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실행 후 전입해 거주해야 하지만, 보금자리론에는 그간 그런 조건이 없었다. 신 국장은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6개월 이내 그 집에 전입해 살아야 한다”며 “집값이 오르니까 마음이 조급해져서 대출로 집을 사는 ‘영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 국장 및 정 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규제는 언제까지 지속되나?
△다음달까지, 언제까지 하는 개념이 아니다. 계속된다.
-오늘 대출 신청분에도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나?
△오늘까지 대출 계약이 체결된 경우까지는 실행 시점이 이후더라도 이전 규제가 적용된다. 가계약은 포함되지 않는다. 내일부터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에는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월요일부터 모든 금융사 창구에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 계약을 할 사람이라면 오늘까지 지자체에 허가 신청을 완료한 경우 이전 규제를 적용한다.
-신혼부부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을 감축하는 이유는?
△생애최초 특례를 받아 은행대출을 이용하는 이들은 대체로 원래도 70% 수준의 대출을 이용해 왔다. 대출한도가 일부 줄어들어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조치로 주택가격이 안정된다는 믿음을 주려고 한다. 청년들에게도 전세대출금액을 많이 이용하는 것과 주택가격이 안정돼 장래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희망을 갖고 현재 자기 소득을 적절하게 소비하는 게 좋냐 생각해보면 지금은 (대출한도가) 줄더라도 정부가 주택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책대출 한도 하향으로 주거 사다리가 끊길 가능성은 없나?
△한국은행에서도 어제 정책대출이 최근 무분별하게 너무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정책대출 증가가 가계대출 규모뿐 아니라 집값 상승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분들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도를 줄인 것이고, 이전에도 실소유자들은 대부분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받지 않고 5~60% 금액만 대출해왔다. 최대한도를 줄이면 최대한도를 끝까지 받던 분들이 줄어든다. 본인의 상환 능력에 대해 적절한 대출을 내주는 취지에 더 부합한다.
-정책대출의 한도를 수도권뿐 아니라 타 지역에도 적용하는 이유는?
△수도권 외 지역은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대출 수요자들이 입을 타격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팀목, 디딤돌 대출과 달리 보금자리론 대출한도를 줄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정책대출마다 이용 한도나 금리, 상황이 다르다. 보금자리론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이용할 수 있는 조건도 다르다. 보금자리론은 최근 줄어들고 있어 디딤돌과 달리 현재 가계대출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