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보험업계 상황을 고려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일정 재검토에 들어간다. 금리 인하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 만기 차이 감축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개최한 ‘보험산업 건전성 T/F’ 1차 회의에서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시행 일정과 자산부채관리(ALM)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2일 밝혔다. 회의에는 예금보험공사와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보험협회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지난 2023년 시행된 IFRS17 회계기준과 지급여력비율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제도가 시행 2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완전히 안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말 232.8%에서 올해 1분기 190.7%까지 떨어졌고, 손해보험사 지표도 같은 기간 231.4%에서 207.6%까지 하락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는 등 건전성 부담이 커지는 이유를 지속적인 시장금리 하락과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 경쟁 및 쏠림에서 찾았다.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건전성 관리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으로 언급됐다.
다만 금융당국이 그동안 취한 판매 중지 조치 등 여러 노력으로 장기보장성 상품을 둘러싼 과도한 판매 경쟁은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여러 보험사는 CSM(보험서비스계약마진) 일부를 당기순이익에 반영하는 IFRS17이 도입되자 CSM이 크게 인식되는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문제는 시장금리 하락이 지속되며 보험부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국고채 수익률 등 보험사에 불리한 시장 데이터를 할인율로 활용하는 최종관찰만기 확대 시행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보험사가 미래 지급할 보험금의 현재 가치를 산출하는 보험부채 할인율을 현행보다 낮게 매기도록 관리할 방침이었으나, 규제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구체적 일정은 다음 달 중으로 확정한다. 1일 회의에서는 현행 계획대로 최종관찰만기를 30년까지 늘리고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분산 시행하는 안, 매년 금융위와 금감원이 논의해 최종관찰만기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안, 최종관찰만기 확대 시행 일정을 3년보다 늘리는 안이 논의됐다.
회의를 주재한 안창국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보험산업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보다 유연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ALM을 강화할 방안도 찾기로 했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등으로 쌓은 적립금(자산)과 내줄 보험금(부채)의 만기가 일치한다면 시장금리 변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를 0.1년 수준으로 유지해 금리 민감도가 0에 수렴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 만기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관련 규제와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험회사에 특정한 만기 차이(듀레이션 갭) 범위만 허용하도록 감독규정에 명시하고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지급여력비율이나 경영실태평가에 ALM 평가항목을 도입해 강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회의에서는 규제를 도입하면 현재 듀레이션 갭이 큰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자산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대형사에 우선 적용하거나, 충분한 적응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으로 세부내용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본자본 규제 도입과 정리 제도 개선 방안, 계리 가정 선진화 등 남은 과제는 앞으로 TF를 통해 순차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