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많이 났다” 이창용 총재가 밝힌 ‘한강 프로젝트’ 전말

“화 많이 났다” 이창용 총재가 밝힌 ‘한강 프로젝트’ 전말

기사승인 2025-07-10 16:34:5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이 아닌 기관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은과 은행권이 진행한 ‘한강 프로젝트’를 둘러싼 보도에 대해서는 “중단이나 포기가 아닌, 일시정지 상태”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 총재는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수 비은행 기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19세기 민간 화폐 발행에 따른 혼선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비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화폐의 단일성(모든 화폐가 같은 가치를 유지)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837년부터 1863년까지 27년간 모든 민간은행이 중앙은행 없이 자체 화폐를 발행했는데, 은행 신뢰도에 따라 화폐 가치가 달라지며 통화질서에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이 총재는 “그런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을 하기 어렵고, 중앙은행 체제로 돌아오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마구 허용하면 외환 자유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며 “지급결제 업무를 비은행에 허용하면 은행 수익구조도 많이 바뀌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건 충족 시 거래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은 예금 토큰이라는 표현을 써서 그렇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할지에 대한 실험”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하다. 다만 비은행권에 허용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한강 프로젝트’ 무산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은은 은행들과 공동으로 스테이블 코인과 비슷한 디지털 화폐를 실험하는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지난 4월 진행한 1차 테스트가 끝난 후 추가 실험을 보류한 상태다. 이 총재는 “이를 둘러싼 다양한 보도를 보고 화가 많이 났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시 정지된 상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며 기재부·금융위·정치권 등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방향이 잡히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시 중단 배경도 조목조목 밝혔다. 이 총재는 “이번 파일럿은 1, 2차를 진행한 후 3차에서 상용화하는 계획까지 있었다”며 “1차 실험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비은행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 논의가 퍼지니까 한은 중심의 시스템이 실제로 도입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은 법도, 규제도, 감독권도 없는 기관이니까 한은을 따라가겠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한은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은도 약 170억원을 투자했다”며 “은행들은 평균적으로 40억원씩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로드맵이 없었다는 것도 (중단의) 이유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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