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이 첫 해외 일관제철소이자 ‘중국의 작은 포스코’로 불렸던 스테인리스강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장인화표 사업재편이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본업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비핵심 자산을 팔아 신사업에 투자하며 전통 제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3일 중국 자회사 ‘장자강포항불수강’ 지분 전량(82.5%)을 중국 청산강철그룹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는 약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장자강포항불수강은 포스코가 지난 1997년 해외에 처음 설립한 일관제철소로, 당시 중국에서 최초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설립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을 넣어 쇳물을 뽑은 뒤 불순물을 제거하고 쇠판으로 만든 후 제품까지 생산하는 모든 과정을 보유한 제철소를 말한다. 이곳의 연간 생산능력은 110만톤 규모다.
그러나 2020년 전후로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해 철강 직접 생산능력을 확대했고 이로 인해 적자폭이 커졌다.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으며, 당기순손실 기준 2022년 약 776억원, 2023년 1700억원, 지난해 13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 19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에 장자강포항불수강 지분을 사들이는 1위 기업 청산강철그룹의 연간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은 1000만톤으로, 장자강포항불수강의 10배 규모이자 중국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전 세계 철강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장자강포항불수강을 저수익 자산으로 판단하고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2026년까지 2조1000억 확보 목표, 대대적인 사업재편 속도
중국 스테인리스강 자회사 매각으로 지난해 초 취임 직후 장인화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진도율이 절반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장 회장은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51개 사업, 비핵심 자산 69개 등 120개를 매각해 오는 2026년까지 2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 이차전지 및 북미 철강 거점 설립 등 투자를 이어가는 내용의 구조조정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약간의 조정을 통해 저수익 사업 55개, 비핵심 자산 71개 등 총 126개 구조조정으로 2조1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에만 구룡마을 우선수익권·행당동 상업시설 등 자산,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 법인, KB금융 주식 등 총 45개 사업 및 자산을 정리해 662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올 1분기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베트남 몽즁2 석탄발전소 지분 전량(30%), 포스코DX의 전력 수요관리사업, 포스코 포항 부지, OCI와 포스코퓨처엠이 합작해 설립한 피앤오케미칼 지분 등을 매각해 2866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초부터 올 1분기까지 51개 사업을 정리해 총 약 9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누적 현금 창출은 1조3491억원, 장 회장의 구조조정 진도율은 64%로 추산된다.
이번 중국 스테인리스강 자회사 매각이 순탄하게 종료되면 포스코그룹은 올해 말까지 남은 약 5개월간 구조조정으로 약 75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향후 매각 가능성이 있는 사업으론 실적이 부진한 베트남 철강법인(PY VINA)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신사업 투자 확대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올해 총 8조8000억원의 투자를 계획 중인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이차전지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이 단행한 유상증자에 약 1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철강 부문에선 신흥국 인도의 1위 철강사 JSW와 합작해 생산량 5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총 투자비 80억달러(약 11조5000억원) 중 20억달러(2조8722억원)를 분담할 예정이다. 준공 목표는 2031년이다.
이밖에 북미에선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추진하고 있는 전기로 제철소에 지분 투자를 계획 중이다. 총 투자 규모 58억달러(8조5080억원) 중 포스코그룹은 1조원 내외의 소수 투자로 시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건은 체질 개선 속에서 버텨줘야 할 본업의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의 관세 압박에 따라 국내 철강업은 몇 해 전부터 부진을 겪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4370억원, 영업이익 5680억원, 당기순이익 34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1.7%, 44.3% 감소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따라 주춤한 이차전지 업계의 회복세도 관건이다.
다만 중국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본업 철강산업의 저점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98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는 2분기 실적을 이달 31일 발표하면서 구조조정 시행 경과 및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장 회장은 지난 4월1일 창립 57주년을 맞아 발표한 기념사를 통해 “창사 이래 우리는 철강 사업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뒷받침해 왔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철강사로 자리매김했으며 에너지소재 등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하며 지속 성장해 나가고 있다”며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고수익 지역에서의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