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산업센터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식산업센터의 주거용 전환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5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플래닛의 ‘지식산업센터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1분기 거래량은 552건으로 직전 분기(971건)와 비교해 43.2% 감소했다. 거래금액도 전 분기 3959억원보다 44.8% 하락한 21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010건, 4392억원)와 비교해 거래량은 45.3%, 거래금액은 50.3% 감소한 수준이다.
지식산업센터는 경매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경매로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313건이다. 지지옥션이 월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월 이후 최대치 수준이다. 경매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거래 가격도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 5월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가격) 평균은 64.7%였다. 1억원에 달하는 지식산업센터가 6400만원에 거래된 셈이다.
지식산업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원인으로 공급 과잉이 꼽힌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는 총 1529곳으로 2020년 4월 대비 362곳 증가했다.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자 전국 곳곳의 지식산업센터에 대규모 공실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 일반 공장과 달리 공장 건축면적을 제한하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도 적용받지 않아 전국에 우후죽순 분양된 영향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식산업센터는 도시 인근 공장 용지가 부족해 규모가 작거나 무등록 불법 공장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8년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처음에는 공공기관만 지을 수 있도록 했지만,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1995년 민간도 허용했다.
시장 위축과 함께 미분양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건설협회의 ‘지식산업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2024년 공급된 65개 사업장의 평균 미분양률은 37%로 파악됐다. 서울은 43%, 경기는 32% 등으로 추정됐다.
지식산업센터 용도 전환 주장도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지식산업센터 규제 완화에 들어갔다. 지난해 2월 지식산업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업종을 기존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종에서 통신판매업, 전문건설업 등으로 확대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지식산업센터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주거용으로 전환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시설인 기숙사는 산업단지 내 근무자만 입주가 가능하다. 일반 주거를 위한 분양 및 임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정부가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지식산업센터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리모델링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분양 상태에서 다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