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가 완주·전주 행정통합 찬반을 두고 오는 8월 5일부터 7일까지 세 차례 TV토론을 벌인다. 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두 지자체장들의 ‘맞짱토론’이 향후 여론 추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희태 완주군수과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은 앞서 우범기 전주시장,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이 참여하는 완주·전주 통합 관련 4자 토론을 제안했으나,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이 ‘고향이 완주'라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4자 토론은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토론이 성사된 만큼 완주·전주 행정통합을 둘러싼 찬반 논리가 치열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통합을 통해 행정구역을 넓혀 광역도시로 도약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의 자주성과 균형발전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제껏 찬반 세력들이 기자회견이나 기고, 행사에서 입장을 피력하며 자기주장만을 펼쳤으나 책임 있는 당사자가 직접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처음으로 이번 토론에선 행정통합에 대한 찬반 논리와 통합 추진단체가 마련한 105개 상생발전방안이 주요 토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완주·전주 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와 전주시민협의회가 합의해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에 전달한 상생발전방안에는 △정부 통합 인센티브 완주 전액 투자 △완주군민 혜택 12년 이상 유지·증액 △완주군 의원수 최소 11명 지역구 12년 유지 △농정국 신규 설치 및 농정국장 완주 출신 보직 임용△통합 시청사·시의회청사 완주 건립 △완주군민 동의 없는 혐오·기피시설 이전 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완주 지역축제 및 행사 지원 유지 △대형 상업시설(백화점, 쇼핑몰 등) 유치 △만경강 드림랜드(테마파크) 건립 △전주 송천동∼삼봉광장(4㎞) 8차선 확장 △전주 장동 유통물류센터 용진읍 확장 이전 △에코시티∼삼봉지구 구간 BRT 노선 연장 △완주·전주 택시사업 구역 통합 및 시내버스 노선 조정 등도 담겼다.
이에 대해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정동영·이성윤 국회의원, 우 전주시장은 지난 21일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완주·전주 통합 찬성단체들이 제안한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설치법을 제정해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시군 간 세출 예산 비율 유지, 복지·농업 예산 확대 등을 담은 ‘상생발전 조례’를 이미 제정했는데 이번에는 통합 설치법을 마련해 상생안을 담겠다는 것이다.
이날 김 도지사는 “상생방안 추진을 위한 재원과 이행률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행점검위원회 위원의 3분의 2를 완주군민으로 구성해 감시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통합이 될 경우 전북도가 정부에 1조원 규모의 통합 인센티브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2014년 청주·청원도 통합 인센티브로 6000억원, 통합청사 건축 정부 지원금으로 500억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완주군과 완주군의회의 입장은 다르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전주 통합 추진단체가 상생발전방안을 발표하자 ‘통합을 전제로 한 일방적 계획에 불과하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고,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도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희태 군수는 "통합 과정에서 주민 갈등의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 만큼 곧바로 주민투표로 직행할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해 여론조사 결과 과반수 이상이 반대할 경우 행정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며 "전주시도 객관적 여론조사에 동의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완주군은 이장연합회와 새마을부녀연합회를 초청해 105개 상생발전 방안의 비현실성과 비합리성, 통합 찬·반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 등을 공유하며 지역리더들이 통합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또 완주·전주 통합 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는 “김관영 지사는 불법소지가 있는 편파 홍보와 형식적 행보로 주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최근 전북자치도가 완주 주민에게 일괄 발송한 홍보물은 찬성 입장만 반복된 불공정 선전물이라며 “행정기관이 지켜야 할 중립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통합 추진에 따른 재정 손실과 자치권 훼손을 핵심으로 한 반대 논리도 제기했다. ‘전북자치도는 통합 인센티브가 6000억원에서 1조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10년간 최대 4300억원이 전부’라며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교부세 손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완주군민이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완주·전주 행정통합을 놓고 내년 6월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맞붙을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의원 간의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전주와 완주가 물리적으로 통합하더라도 광역경제권을 충족하는 인구 100만을 이루기 어렵다며, ‘100만 광역경제권’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찬·반 입장에 신중론을 견지해 오던 안 의원이 최근 김 지사에 통합절차 추진 중단을 요구하면서 반대론에 무게를 실고, 전주·완주에 익산까지 아우르는 ‘100만 광역경제권’을 대안으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헌율 익산시장도 광역경제권을 언급하는 등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 전주·완주 통합을 희망하는 ‘김관영·우범기’와 이에 대응해 단순한 통합이 아닌 특별자치단체를 강조하는 ‘안호영·정헌율’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997년 통합이 거론된 이후 이번 네 번째 시도되는 완주·전주 통합은 지난해 6월 완주군민 6152명의 서명으로 시작됐다. 지방시대위원회의 타당성 검토도 통과됐고 사실상 남은 절차는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권고와 실제 주민투표다.
이르면 8월말, 늦어도 9월 초 예상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찬반단체가 모두 나서 각자의 주장을 펴면서 갈등 수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지금은 정치적 명분보다 주민 실익과 지역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때다. 결국 판단은 완주군민이 해야 하고, 이번 토론회가 주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유익한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