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쏘아 올린 ‘전력 직구’ 신호탄…탈한전 도미노 되나

LG화학이 쏘아 올린 ‘전력 직구’ 신호탄…탈한전 도미노 되나

기사승인 2025-07-29 11:00:07
여수산단. 연합뉴스

LG화학이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직구한 국내 첫 대기업이 됐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급등하자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력을 직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6월 말부터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대기업 중 LG화학이 처음으로 실제 구매에 나선 것.

해당 제도를 활용한 계약은 최소 3년간 유지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기업들이 유리할 때만 시장을 넘나드는 ‘체리피킹’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계약 유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보완 조치를 마련한 바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워 제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전력 수급 방식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3년 새 76% 오른 전기요금…기업들 ‘탈한전’ 나선다 

국내 산업용 전기 요금은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인상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약 7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정용 전기요금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 2021년 kWh당 평균 105.5원이었던 산업용 전기요금이 여러 차례 인상을 거쳐 2024년 10월에는 182.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누적 41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영업적자와 203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와 한전의 요금 조정 정책에 따른 결과다. 특히 산업용 고객은 전체 전력 소비의 53.2%를 차지하면서도 고객 수는 전체의 1.7%에 불과해, 요금 인상을 통한 수익성 제고의 핵심 타깃이 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전력 도매가격(SMP)을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오르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전력 직접 구매를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LG화학에 이어 SK어드밴스도 조만간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력 구매에 나설 전망이다.

SK어드밴스드는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응해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전력 직접구매를 신청한 기업으로, 지난 3월 전기위원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직접 사는 길이 열렸으며, 조만간 실제 구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직접 구매 방식은 기업들에게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함과 동시에 전력 요금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석유화학업계 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가 많은 기업들 전반에 걸쳐 전력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행보는 한전 중심의 전력 판매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전력망 유지비용이 중소기업과 가정용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탈한전이 시장효율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지만, 공정한 비용 분담 원칙을 담은 제도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근기 고려대학교 교수는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일각의 의견이 존재하지만, 결국 RE100 등 글로벌적인 흐름에 따른 혁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에너지 흐름은 60년 주기로 바뀐다. 그렇다면 한전도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및 다변화를 이행할 때. 그러한 방식이 결국은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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