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 부활 등을 포함한 정부 조직개편안은 여전히 ‘대통령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실이 장고를 이어가면서, 금융정책·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과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관료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금융정책과 건전한 자본시장 활성화 등 이재명 정부의 금융철학을 충실히 구현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새 금감원장에는 이찬진 변호사를 내정했다. 금융위는 이 대통령 지명에 따라 이날 임시 회의를 열고 이찬진 변호사를 새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면 이찬진 변호사가 새 정부 첫 금감원장이 된다. 이 변호사는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으로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한 인물이다. 특히 이 대통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았다.
금융당국 수장은 정해졌지만, 금융조직 개편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날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정위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기재부는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해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8년 폐지된 금융감독위를 17년 만에 부활시키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는 체제로 운영하는 구상이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신설하는 안도 거론된다.
국정위 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대통령실에 조직 개편 최종안을 보고했지만, 대통령실은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배경으로는 △금융위·금감원 거취를 둘러싼 각론의 이견 △조직개편 효용성에 대한 논란 △법 개정 절차의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특히 금융 감독 권한을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부여할 경우 위헌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고, 감독·정책 기능이 분리되면 부처 간 역할 구분이 모호해져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조직개편을 강행할 경우 막대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드는 반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소보원)으로 격상하는 안에 대해서도 찬반이 거세다.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찬성론과 ‘업무 중복·비효율’이라는 반대론이 맞서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신설한 소보원에 감독권을 주지 않으면 업무 수행이 어렵고, 부여하면 기관별로 업무 권한·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금감원 노조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성명서를 내 금소처를 금감원 내 독립기구로 두고, 금소처장을 금감원장과 대등한 직위로 격상하며 예산·인력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가 신정부 출범 이후 6·27 부동산 대책, 생산적 금융 추진, 중대재해 반복 기업 대출 제한 방안 등 성과냈던 것을 감안하면 조직을 굳이 해체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6월24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위 정책인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을 두고 “좋은 제도를 잘 만드셨는데,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직접 언급했다. 금융위의 6·27 대출규제에 대해서도 금융위 부위원장을 직접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며 공개적으로 추켜세웠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는 금융위가 제안한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금융 패널티를 두고 “제안이 재미있다”고 칭찬했다.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정상 회담과 미국의 관세 등 중요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이에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개편안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부처 반발과 정치적 부담, 시장 안정 등을 고려해 발표 시기와 최종안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타 정부 부처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처리하면 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각각 개정이 필요하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라 논의 과정에서 미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대통령실이 시간을 두고 고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안으로 한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이 있는 만큼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결국 공은 대통령실에 넘어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