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점 수 ‘뚝’…은행대리업은 감감무소식

은행 영업점 수 ‘뚝’…은행대리업은 감감무소식

기사승인 2025-08-20 06:11:04
한 시민이 서울 ATM기에서 업무를 본 후 떠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시중은행 점포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안으로 내세운 ‘은행대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새 금융위원장 취임이 정책 추진의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은행권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점(출장소 제외) 수는 올해 6월 말 2252개소로 3년 전인 2022년 6월 말보다 317곳 줄었다.

이는 은행들이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출장소는 439개로, 전년 말보다 67개 늘었다. 2023년(19개), 2024년(6개) 증가세와 비교하면 전환 속도가 크게 빨라진 것이다. 출장소는 소수 인력으로 개인 소매 업무에 집중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은행권은 디지털화로 점포 방문 수요가 급감하면서 점포 유지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한다. 일부 점포는 하루 10여명 수준만 찾는 실정이다. 도서·산간 지역은 근무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호소도 잇따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점포 수 감소는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폐쇄는 불가피하지만, 금융 소외계층 불편을 고려해 신중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말 기준 국내은행 점포 분포 비교.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문제는 점포 축소가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국내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소비자가 은행까지 20㎞ 이상 이동해야 하는 상위 30개 지역 중 26곳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지역이다. 서울은 평균 432m만 이동하면 은행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강원도(6.4㎞), 경북(6.1㎞), 전남(5.7㎞), 충북(4.8㎞)은 수㎞ 이상 이동해야 한다. 양구군·신안군·횡성군처럼 26~27㎞에 달하는 지역도 있었다. 해당 지역들은 온라인 뱅킹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밀집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안으로 ‘은행대리업’을 꺼내 들었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일부 은행 업무(예·적금, 대출, 이체 등)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정착돼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지점 축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체국·편의점 등을 대리점으로 활용 중이다. 호주는 1995년부터 농촌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우체국을 대리점으로 지정했다.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케냐,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도 은행대리업 도입 후 금융 이용률이 크게 늘었다.

국내에선 진척이 더디다. 현행 은행법상 예·적금과 대출 등 고유 업무는 제3자 위탁이 제한돼 있어 제도 정착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대리업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일정은 불투명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별히 늦어지는 건 아니고 일정에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제도화 과정에서 우체국과의 이해관계 조율,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난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금융위 측도 지난 7월 본지에 “우정사업본부,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샌드박스를 통한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만큼 정책 추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여당 정책위원회 소속 이정문 의원도 지난달 17일 인구감소지역을 은행대리업 영업 구역으로 지정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더해 신임 금융위원장까지 취임하면서 정책 추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야 모두 금융 취약계층 보호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제도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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