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강준현·조인철 의원이 각각 발의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두 안 모두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의 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 한도는 최소 1000만원 이상(조인철 의원안)에서 최대 5000만원(강준현 의원안) 이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둔다.
금융당국은 신종 금융범죄가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고도화됐다고 보고, 제도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무과실 책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2024년 사고 통계를 토대로 국회에 제출한 추계 자료에 따르면, 배상 한도가 5000만원일 경우 금융권의 연간 부담액은 약 2811억6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은 피해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금융회사에만 비용을 집중시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보이스피싱이 대체로 통신망을 매개로 시작되는데 최종 계좌이체 기관이라는 이유로 금융사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느슨한 본인확인 절차, 스팸문자 등 통신 인프라를 악용한 범죄를 은행이 독박 쓰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부작용 우려도 크다. 과실이 없는데도 손실을 부담하면 민법상 자기책임 원칙에 어긋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비용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사가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도덕적 해이와 허위 피해 신고, 공모 범죄를 부추길 가능성도 상존한다. 금융권은 자기부담금 도입과 반복 수령 제한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지난 3월 검토보고서에서 이 같은 법리적 문제와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합리적 대안으로는 ‘기금 방식’이 거론된다. 금융회사와 통신업계, 정부가 공동으로 재원을 조성해 각 업권 책임 비율에 따라 배상 재원을 분담하는 구조다. 은행연합회는 “보이스피싱은 소비자의 경각심, 통신사의 스팸·스미싱 차단, 금융회사의 이상거래 탐지, 수사기관의 조직 단속과 피해금 환수 등 여러 주체가 함께 노력해야만 예방·회복이 가능한 범죄”라며 금융·통신·공공이 보상 책임을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상태다.
향후 관건은 통신사 등 유관 업권과의 실질적인 비용 분담이다. 기금 조성의 세부 구조와 분담 비율, 자기부담금 도입 여부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하반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