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야구 바보’ 유민호 선수가 된 신인 배우 채종협의 노력

[쿠키인터뷰] ‘야구 바보’ 유민호 선수가 된 신인 배우 채종협의 노력

“공 잡는 법부터 하나하나 처음부터 다 배웠어요”

기사승인 2020-02-20 08: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유민호 선수인지, 배우 채종협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최근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배우 채종협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같은 날 오전에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일정을 소화했다는 채종협에겐 아직 SBS ‘스토브리그’ 드림즈의 막내투수 유민호 선수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웃음을 머금은 채 “괜찮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내뱉는 말투는 드라마 속 유민호 그 자체였다. 스스로도 “5~6달 동안 유민호로 살았다”며 아직 유민호가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채종협이 유민호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8월. ‘스토브리그’ 1차, 2차 오디션을 차례로 봤고 결국 캐스팅됐다. 제작진에게 “믿어 달라”는 얘길 많이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고 했다. ‘스토브리그’ 시나리오 속 유민호의 첫 인상은 바보였다. 야구에 미친 바보이자, 실제로도 바보 같은 친구.

“유민호의 캐릭터 설명을 보면 ‘야구 바보’라고 나와 있어요. 실제로도 바보 같고요. 시속 160㎞ 직구를 던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할머니를 되게 생각하는 마음이 큰 친구라는 내용도 적혀 있어요. 저한테는 ‘바보’가 순박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웃는 모습으로 순박하고 깨끗한 느낌을 부각시켜주고 싶었어요. 거울 보면서 웃는 연습도 많이 했고요. 제가 생각한대로 나왔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채종협은 자신을 뽑아준 제작진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거듭했다. 유민호 캐릭터가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무게를 6~7㎏ 늘렸다. 캐스팅이 확정된 10월부터 12월까지 하루 세 번씩 운동을 했다. 평소 관심이 없었던 야구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처음부터 다 배웠어요. 공 잡는 법이나 와인드업 하는 것부터 킥을 찼을 때 어디로 빠지며 발을 디뎌야 하는지, 팔은 어떻게 뻗어야 하는지 등 다 배웠죠.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폼 위주로 배우면서 릴리스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어요. 오타니 쇼헤이 선수 영상도 많이 봤고, 헬스장이나 거울이 있는 곳에 가면 쉐도우 피칭을 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욕심이 나서 프로 선수들처럼은 아니겠지만 혼자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제가 실제로 던지는 장면이 일부분이 방송에 나오기도 했어요. 처음 배우러 갔을 때 찍은 영상과 드라마 장면에 나온 마지막 투구폼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뿌듯합니다.”

채종협의 과거 이력은 독특하다. 태국과 남아공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22세 때 한국에 와서 모델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타지 생활에 힘든 점도 많았지만, 지금은 도움이 된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유학생활을 했어요. 중학교 때 태국에서 1년을 다니고 남아공으로 유학을 갔죠. 어머니가 아시는 분이 남아공에 사시는데 제가 안 간다고 할 것 같았는지 짐을 거기로 보내셨더라고요. 남아공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 모델을 하던 친한 형이 일을 소개해줬어요. 한국에 와서도 모델 일을 계속 하게 됐고 그게 연기로 이어진 거죠. 제가 원하는 유학 생활이 아니었다보니까 원하는 걸 하고 싶었고, 원하는 걸 찾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가 하고 싶은 일처럼 느껴졌어요. 연기를 하면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 오디션을 준비하고 시놉시스를 조금씩 읽게 되면서 빠져버렸던 것 같아요.”

‘스토브리그’는 채종협의 첫 데뷔작이다. 몇 편의 웹드라마를 했을 뿐 연기 경력이 거의 없는 그에겐 앞으로 나아갈 길만 남아 있다. 채종협은 신인의 자세로 최대한 악착같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전 이제 갓 신인이잖아요. 웃길 수도 있지만, 연기는 제가 원하고 바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정말 최대한으로 노력해야 하고 악착같이 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연기는 억지로 꾸며내고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공감이 돼야 하는 것, 제가 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연기는 저한테 고마운 것이기도 해요. 제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된 것도 연기를 하면서 부터예요. 그 전까지는 말을 잘 안 하고 듣고만 있는 편이었거든요. ‘스토브리그’는 제 데뷔작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평생 결코 잊지 못할 촬영 현장이었어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에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곽경근 대기자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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