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센터의 증가세가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액체냉각 등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상용화’라는 문턱만 넘으면 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SK텔레콤, 영국 액체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아이소톱(Iceotope)과 손잡고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기술 협력을 진행한다.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유에 넣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보다 전력 소모 및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새로운 열관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SK엔무브의 냉각 플루이드(Fluid, 액체와 기체를 아우르는 용어)를 아이소톱의 액체냉각 솔루션에 탑재해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물산(건설부문) 역시 지난달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손잡고 비전도성 액체에 서버를 담가 열을 식히는 차세대 액침냉각시스템을 개발, 기존 공랭식 대비 전력 소비량을 80%가량 줄이는 데 성공해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데이터센터는 187개로, 전년 대비 25개 증가했다. 2026년까지 신규 준공예정 데이터센터가 22개 추가될 전망이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2016년 2505억1000만달러(약 361조4000억원) 규모였던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7년 4104억2000만달러(약 592조원)로 1.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규모가 급증하면서 서버를 가동하는 데 사용되는 전력과, 서버 열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전력의 사용량 또한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2년 1762MW(메가와트)에서 오는 2029년 4만9397MW로 폭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내 2700개 데이터센터가 2022년 미국 전체 전력의 4% 이상을 소비했으며 2026년에는 6%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돼 전력 부족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액체냉각 기술을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이 기술이 국내 실제 현장에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없다. 상용화되는 데에도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냉각 시스템을 바꾸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이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한편으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 강제사항도 아니어서 업체 입장에선 상황을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사 액체냉각 기술의 경우 테스트베드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이고, 수조형 액침냉각의 경우 이미 시범 테스트를 마친 후 상용화를 위한 내부 논의 단계”라며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이 최근 발생했기 때문에 시장이 개화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난 위기를 느낀 해외에선 규제가 동반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와 독일에서는 주거 지역 내 데이터센터 허가를 제한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공급하고 폐열을 재사용하도록 규제를 도입했다.
낮은 법인세로 인해 데이터센터가 집중됐던 아일랜드는 2028년까지 더블린 지역의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결 발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3월 시행된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의해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 시 주변 시설들의 전기 품질이 유지되지 않으면 한국전력이 전기 공급을 유예하거나 거부할 수 있게 됐지만, 데이터센터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 규모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개발된 냉각시스템 도입 지원,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 등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한 보조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은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밀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계통포화지역 데이터센터 입지 제한을 강화하는 한편, 비수도권 입지 인센티브 및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전 및 지자체 협업으로 지역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입지, 세제, 행정, 설비 등 지원이 병행돼야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및 중앙부처는 지자체와 손잡고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및 입지 인센티브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전담반(TF)을 만들어 관련 이행상황을 수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