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이자 월드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먹튀’가 있다. 불가리아 출신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8). 그는 소속팀 맨유 뿐 만 아니라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먹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맨유가 베르바토프를 영입하기 위해 토트넘 핫스퍼에 지불한 이적료는 3075만 파운드(약 6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베르바토프는 시즌 후반부가 한창인 올 시즌 EPL에서 단 4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각종 컵 대회 등을 포함해도 8골(22경기)에 불과하다.
그런 그에게 팬들은 맨유 역사상 최고의 ‘먹튀’로 불리며 2시즌을 뛰고 지난 2003년에 떠난 후안 세바스찬 베론(아르헨티나)을 빗대어 ‘디미타르 베론’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주었다.
이 처럼 맨유의 높은 명성은 ‘스타’와 ‘먹튀’의 경계를 분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점은 박지성(28)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박지성에도 불똥 튄 ‘먹튀논란’=박지성은 지난 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해 4시즌 째를 맞이한 현재 103경기에 출전해 9골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고작 1골에서 멈춘 상황에서 도무지 2호 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네마냐 비디치는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부터 2시즌 간 10골(129경기)을 넣었다. 박지성과 가장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루이스 나니도 2시즌째 보내면서 63경기에 출전, 8골을 넣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거는 기대와 역할론을 배제하더라도 박지성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이견을 달기 힘들다. 박지성의 연봉은 약 51억원으로 76억원을 받는 라이언 긱스와 36억원의 나니와 비교했을 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박지성은 최근 불거진 재계약 문제로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그는 지난 5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10골을 넣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총 38라운드가 치러지는 정규리그에서 17경기가 남았다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박지성으로서는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최소한 두 경기 당 한 골을 넣어야 한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올 시즌 베르바토프에 집중되고 있는 ‘먹튀’라는 오명이 다음 시즌 박지성을 향할 지도 모를 일이다.
◇퍼거슨 감독의 ‘립서비스’에 담겨진 불편한 진실=그 동안 박지성이 팬과 언론의 비난을 모면해 올 수 있었던 것은 퍼거슨 감독이라는 든든한 후원자 덕분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나타나 사태를 수습할 줄 아는 노련한 지도자다. 최근 현지 언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박지성의 재계약 문제를 거론하며 “불투명하다”고 전망하자 퍼거슨 감독은 “나의 실수다. 박지성은 재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단락지었다.
박지성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던 지난 시즌에는 “박지성이 저평가 돼있다”, “맨유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하나다”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속 깊은 노장의 한 마디는 요동치는 언론의 비판을 틀어막는 데 특효약이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의 ‘립서비스’는 통상 부진한 선수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박지성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다.
불가리아 대표팀의 플라멘 마르코프 감독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와의 A매치에서 풀타임 출전하고도 불과 2km를 뛰는 데 그친 베르바토프에 대해 “열정적으로 임하라”고 독설을 퍼붓자 퍼거슨 감독은 “웨인 루니보다 베르바토프가 더 많이 뛴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나니가 지난 2007년 팀 내 적응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르자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 밝은 미래가 전망된다”며 그를 감쌌다. 박지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퍼거슨 감독이 열심히 뛰는 박지성의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점과는 별개로 1년 뒤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알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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