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쏘고 경찰특공대 투입해 진압 시작…참사원인 엇갈려

물대포 쏘고 경찰특공대 투입해 진압 시작…참사원인 엇갈려

기사승인 2009-01-20 23:33:01


[쿠키 사회] 농성 2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찰 특공대의 신속한 진압은 결국 참사로 마감됐다. 철거민들과 목격자들은 "경찰이 퇴로도 만들지 않고 토끼몰이식 진압을 했다"고 주장했다. 폭발음과 함께 치솟은 화염으로 6명이 생명을 잃었다.

◇화염병, 그리고 강경 진압=재개발이 결정된 서울 용산4구역 인근 상인들과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 30여명은 재개발 계획에 따른 강제 철거에 항의하며 서울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에서 이틀째 농성 중이었다. 경찰은 지난 19일부터 진압을 위해 살수차를 동원했고, 철거민들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들은 건물 옥상에 5m 높이의 망루도 설치했다.

경찰이 진압을 시작한 것은 20일 오전 5시가 넘어서부터다. 경찰은 건물 앞 8차선 도로를 모두 차단하고 살수차 기중기 컨테이너 대형트럭 등을 배치했다. 위기감을 느낀 시위대의 저항도 격렬해졌다.

오전 6시부터 경찰은 소위 '물대포'를 쏘며 본격적으로 강경 진압에 들어갔다. 오전 6시30분에는 경찰 특공대가 건물 1층에 진입했고, 곧이어 경찰 특공대 10여명을 태운 컨테이너 박스가 옥상에 진입했다. 10t짜리 기중기가 컨테이너 박스를 들어올렸다. 경찰은 순식간에 옥상을 장악했다.

옥상에 설치한 망루(望樓)에 고립된 철거민들은 망루 밖으로 시너와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7시10분쯤 망루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쌓여 있던 시너에 화염병의 불이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폭발로 추정된다. 불은 망루로 옮겨붙었고, 곧바로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 진화와 시위대 진압 작업이 완료된 것은 오전 8시였다.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시위대가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불법 시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엇갈리는 참사 원인…토끼몰이 진압 논란=화재 원인을 놓고 경찰과 농성자측 주장이 엇갈린다.농성자 측은 "용역 직원들이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돕다가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반면 경찰은 농성자의 화염병 투척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하지만 목격자가 없어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농성자들을 토끼몰이하듯 궁지로 내몬 경찰의 진압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현장에 있었던 전철연 관계자는 화재 발생 직전 상황에 대해 "한시간 가량 쏜 강수압 물대포 때문에 망루 안에 고립됐던 철거민들은 천장에 매달려 고개만 간신히 내밀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경찰이 컨테이너로 망루를 짓눌러 퇴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맞은편 건물에서 사고를 목격한 전모(24·대학생)씨도 "불길이 치솟는데 경찰이 망루를 짓누르는 것을 본 시민들이 모두 울며 '사람 살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불길을 피하려던 한 철거민이 난간을 잡고 매달려 있다 건물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바닥엔 매트리스가 턱없이 부족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의 저항이 폭력적이고 격렬해 진압을 멈췄다가는 경찰들이 크게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공대원들이 망루에 진입할 때는 물통을 휴대하는 등 화재 진화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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