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교수 “미륵사 유물과 서동요는 별개… 역사와 설화 혼동 말아야”

임기중 교수 “미륵사 유물과 서동요는 별개… 역사와 설화 혼동 말아야”

기사승인 2009-01-20 17:55:02

[쿠키 문화] “상당수 언론이나 학자들이 설화와 역사적 사실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서동요(薯童謠) 설화의 스토리나 존재 의미가 달라질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한국고전문학 연구분야의 권위자인 임기중(71·사진) 동국대 국문학과 명예교수는 20일 전북 익산 미륵사에서 최근 발굴된 유물 기록이 서동요 내용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임 교수는 미륵사 유물 공개 이후 서동요에 대해 제기되는 ‘허구성’ 지적은 접근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보수하는 과정에서 백제 왕후인 ‘좌평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이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기록이 적힌 금판(金板)을 지난 14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이나 역사학계에서는 “미륵사 창건의 주체가 선화공주라는 삼국유사 서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서동요 내용도 허구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거의 단정적으로 못 박고 있다.

이에대해 임 교수는 “설화와 역사의 차이를 변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단히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동요는 그 본질이 허구성을 띤 설화”라며 “따라서 새삼 서동요가 허구라는 지적은 논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미륵사 유물과 설화로서의 서동요는 별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요는 잘 알려진대로 서동왕자로 유명한 백제 무왕(재위 600∼641)과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임 교수는 “당시의 사회적 현상 속에서 이같은 이야기 구성이 왜 필요했는가, 이 이야기가 당대 신라와 백제인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중점을 두고 접근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서동요는 신라와 백제 지식인들에 의해 ‘사회통합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양국 백성 사이에 신라와 백제의 화해를 상징하는 서동요의 평화지향적 내용이 폭넓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고, ‘지역감정’이 사라지지 않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전승돼왔다는 해석이다.

임 교수는 “신라 왕자와 백제 공주의 결혼이라는 ‘쇼킹’한 이야기 구성은 국경을 넘는 러브 스토리로서 지금까지도 사회통합적 순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 사이에 혼담이 오갈 때 서동요 얘기를 즐겨 인용하고 양측 모두 좋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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