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크리스천으로서 마치 십자가를 매고 일본에 온 심정입니다. 한국 예술의 심장을 보여주는 자리로 만들어 우리 미술인들에게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한지 예술가 전광영(65·사진) 작가의 목소리는 흥분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롯본기(六本木) 힐스내 모리아트센터에서 13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일본 열도의 심장부에서, 그것도 미술관 1개층 전관에서 30여점의 작품으로 대규모 전시회를 열게 됐다”며 “일본 언론에서도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적인 소재와 현대적 미니멀리즘을 독창적으로 융합시킨 작품들로 국제 화단에서 두루 각광 받아온 전 작가는 다음달 15일까지 모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모리아트센터는 도쿄의 랜드마크인 모리타워 52층에 입주한 고공(高空) 미술관으로, 일본의 부동산 재벌 ‘모리 부동산’이 2003년 개관했다. 일본 현대미술의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이곳에서 한국 작가가 단독 전시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시장에는 아사히 신문 등 일본 매체 기자 20여명이 몰려 전 작가와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 작가는 수 천, 수 만 개의 스티로폼을 삼각 또는 사각형으로 잘라 한자가 적힌 고서(古書) 종이로 보자기처럼 싼 뒤 이를 다양한 형태의 ‘집합’ 구조물로 꾸민 ‘Aggregation’ 연작을 줄곧 발표해 왔다.
80∼100년 된 고서 폐지들을 수집해 전통염료로 염색한 뒤 스티로폼에 싸고, 그렇게 만든 무수한 조각들을 퍼즐을 맞춰 나가듯 화면에 하나하나 조립해 끼워 넣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전 작가는 “논어, 맹자, 동의보감 등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고서 종이들이 나한테까지 전달돼 민족의 뿌리가 담긴 작품으로 만들어진다”며 “내 작품은 그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과 정(情)을 보자기로 싼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100호짜리 작품 하나에 약 7000개의 한지 조각이 들어가고, 스티로폼을 싸 붙이는 과정에서 2만 번 이상의 손길이 간다. 그 결과물은 화려하면서도 심오한 분위기를 풍긴다. 창공, 분화구, 얼음 결정체, 우주 공간 등의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키며 미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자극한다.
전시회의 한국측 주관 화랑인 ‘더 컬럼스 갤러리’ 장동조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의 저력과 우수성이 일본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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