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줄이면 교통체증? 늘리면 오히려 교통량 유발”

“차선 줄이면 교통체증? 늘리면 오히려 교통량 유발”

기사승인 2009-02-26 16:41:02

[쿠키 사회] “차도가 너무 넓다. 서울은 차도를 자전거도로로 바꾸는 게 시급해 보인다.”

네덜란드에서 온 자전거 및 도로교통 전문가 제로인 부이스(Jeroen Buis)씨는 서울의 첫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부이스씨는 24∼2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지역 EST(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교통) 포럼’에 발표자로 초청받아 방한했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관련 전문가 단체 ‘I-CE(Interface for Cycling Expertise)’ 멤버인 그는 이번 포럼에서 ‘도시에서의 비동력 교통수단’을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 25일 행사장에서 만난 부이스씨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은 실패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차선을 늘리는 게 오히려 교통량을 유발한다”면서 “유럽처럼 자동차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 외엔 교통혼잡을 해소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도시의 자전거정책을 컨설팅해온 그는 “도시에서 이동할 때는 자전거와 도보가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이라는 게 세계적인 상식이 됐다”며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부이스씨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사례를 들었다. 보고타는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거대도시로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거리가 40∼60㎞나 되고, 인구는 800만명에 이른다.

“보고타시가 시내에 300㎞의 자전거도로를 설치했는데, 자전거 통근자 비율이 0.5%(1998년)에서 4%(2005년)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자동차 통근자 비율은 17%에서 9%로 줄었습니다.”

보고타의 성공 사례는 거대도시에서도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서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부이스씨는 “보고타 시민의 60% 정도가 통근거리 8㎞ 이내에 살고 있어 자전거 출퇴근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서울도 도시가 크다고 하지만 통근거리 8㎞ 이내인 사람들이 무척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이스씨는 최근 국내에서 발표되는 자전거도로 건설계획 중 상당수가 여행이나 운동을 위한 레저용 자전거도로라는 설명을 듣고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겠다면 자전거정책은 도시에, 생활형 자전거도로에 집중하는 게 맞다”면서 “그러나 정책 목표가 시민 건강이나 레저라면 레저형 자전거도로를 늘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또 하나 충고한 것은 보행자도로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도시들에서 보행자도로를 자전거도로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잘못된 방식입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처럼 차도가 넓은 곳이라면 차도를 줄여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그는 “시내에서 차도를 줄인다고 하면 교통체증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네덜란드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의 경험은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사람은 환경에 맞춰서 변하고 적응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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