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일본 격투기 팬들이 추성훈(33·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사진)의 미국행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격투가로써 도전이 아닌 상업적 흥행을 쫓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종합격투기 K-1과의 계약이 끝난 추성훈은 미국 격투단체 UFC에 진출, 오는 7월 데뷔를 앞두고 있다. 추성훈은 26일 일본의 대표적 스포츠 언론 산케이스포츠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UFC는 야구에 빗대면 메이저리그와 같은 것”이라며 “(30세를 넘긴) 나이를 감안해 몸이 움직일 때 승부(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케이스포츠는 그의 미국 진출에 대해 “올 곧게 마음이 향하는 데로 바다를 건너간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일본 팬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추성훈은 일본 팬들에게 ‘박쥐’라고 불려져 왔다. 전쟁 중인 포유류와 조류를 놓고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 어느 쪽에도 환영 받지 못하는 이솝 원작의 동화 속 박쥐를 빗댄 것이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차별성이 엿보이는 불편한 표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일 양국을 오가는 추성훈의 마케팅적 요소를 적나라하게 비판한 것이어서 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추성훈이 한국에서 유난히 잘 통하는 애국심과 반일 감정을 자극한 마케팅으로 상업적 이득을 취한다는 게 일본 팬들의 생각이다.
평소 “내 몸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면서도 최근에는 “일본인으로서 더 멋있어지고 싶다”는 추성훈의 애매한 발언들은 이 같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가 경기에 앞서 도복의 양 팔에 새긴 태극기와 일장기를 한 차례 씩 두드리는 행동은 이제 ‘차별’이라는 명제를 앞세운 마케팅적 요소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일본 팬들은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놓고 비판 여론을 형성해왔다. 추성훈이 한국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 TV를 통해 그의 경기를 본 국내 팬들이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야유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도 일본 여론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 이후 링 위에 오르지 않고 격투도장과 책을 준비하는 등 번외 활동에 주력해왔다는 점은 최근 한·일 양국에서 쏟아지는 비판 여론을 키웠다. 특히 다음 달 출간을 앞둔 그의 책에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귀화와 차별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냉소 섞인 일본 팬들의 비판 여론이 더 증폭될 전망이다.
추성훈은 그 동안 일본의 비판 여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아왔다. 다만 이날 산케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는 “UFC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승리하지 못했던 만큼 꿈을 꿀 수 있는 무대”라며 격투가로서의 도전임을 견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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