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정우택(56·사진) 충북지사는 어릴 때부터 수재로 소문났었지만 대학입시는 두번 실패하고 세번 시도 끝에 관문을 넘었다. 그는 이후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나서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는 재선의원을 거쳐 해양수산부장관까지 지내는 등 지명도가 높았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 속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이 때 충격으로 잠시 정치 낭인의 길을 걸었으나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각오로 2006년 지방선거에 나서 도지사에 당선됐다.
취임 직후 충북을 ‘경제특별도’로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던 정 지사는 최근 들어 ‘교육강도(敎育强道)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취임 이후 126개 기업으로부터 17조2879억원을 유치해 전국 광역단체 중에서는 가장 큰 실적을 거둔 정 지사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한 인재양성재단을 설립했다. 광역단체가 설립한 유사한 재단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인재양성재단을 설립하는 등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충북은 작지만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중심지다. 우리나라에서 보면 충북이 작고, 세계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작다. 아칸소는 미국의 작은 주이지만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클린턴 대통령을 배출했다. 중동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을 건설한 유태인들은 미국을 움직이는 강한 나라다. 아칸소와 이스라엘의 공통점은 교육이다. 아칸소는 클린턴 주자시 시절 경제성장과 교육개혁에 성공했다. 유태인들은 전통적으로 교육 열정이 높고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 경제와 교육은 동떨어진 게 아니다. 인재를 길러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교육강도를 내세우고 있는데 어떤 정책을 펼쳤나.
“취임하자 마자 교육발전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도 교육감과 충북지역 16개 대학 총·학장으로 구성된 지방교육발전협의회를 조직했다. 이를 통해 학부모와 일선 교육단체에서 원하는 교육사업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충북 출신인 유엔사무총장의 이름을 딴 반기문 영어경시대회가 개최되고 원어민 교사가 확충됐다. 또 8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로 진학한 충북 출신 대학생들의 기숙사를 서울 양평동에 짓고 있다. 45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10층짜리 충북학사에는 32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기숙사 입사 신청을 받았는데 경쟁률이 11대1이라고 들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서울 강남구와 협약을 맺어 특급 강사들의 인터넷 강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학교주변 환경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학교 주변 모텔, 유흥업소 등 교육환경과 맞지 않은 유해 업소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학교 담벼락을 허물고 그 자리에 꽃을 가꾸는 등 학생들이 새로 단장된 자유로운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끝으로 100만평 규모의 중국어마을을 추진하기 위해 개별 기업과 접촉 중이다. 영어마을도 충북 북부권과 남부권에 추가로 설치할 것이다.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을 보면 충북이 하위권이다. 대책은 뭔가.
“학업성취도의 신뢰성을 놓고 논란이 많지만 이번 발표로 충북의 교육 당국과 학부모들이 큰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도지사로서 교육행정에 깊이 관여하면 교육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이를 계기로 분발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도에서는 교육청의 재정지원을 꾸준히 늘려나가겠다. 재정상황을 살펴가며 여러 학교에 기숙사를 지어줄 생각도 갖고 있다. 세광고 등 진학 성적이 좋은 학교를 살펴봤더니 기숙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가장 컸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학생들의 적성을 찾아주지 못하고 획일적인 교육을 시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큰 아들이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는 문과였다.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간뒤 치공학을 전공해 치과의사를 하고 있다. 아들은 한국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기 적성을 찾았다고 기뻐하더라. 사실 나는 아들이 법대를 가기를 바랐다. 미국 교육은 학생의 적성을 빨리 찾아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조기에 적성을 발견하려면 어려서부터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에게 피아노나 태권도 등 1인1기 활동을 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과목의 3분의 1 정도를 적성을 찾는 과목으로 해야 한다. 그럼 사교육비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난 사람=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석운 교육팀장, 정리=청주,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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