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관계자는 4일 취재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올림픽과 월드컵과 다르게 WBC가 보편적 시청권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다”며 “지상파 방송사와 IB스포츠(중계권 판매자)의 중계료 협상에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방파 방송사와 중계권 판매자의 이해 관계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방통위도 최근 여론을 고려해 원만하고 조속한 협상을 이뤄달라고 양 측에 구두로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법 76조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를 고시해야 하며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의에서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 시청자를 확보한 경우에는 보편적 시청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주관하는 월드컵 등 2개 대회만 방통위가 지정한 보편적 시청권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월드컵의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주관하는 대륙 예선은 포함되지 않는다.
방통위는 지난해 고시를 앞두고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시청자 확보와 대회 권위가 올림픽과 월드컵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WBC를 보편적 시청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WBC는 전 세계에서 예선이 펼쳐지는 월드컵과 다르게 미 프로야구(MLB)가 일부 국가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국제적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게 방통위 측의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WBC를 보편적 시청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오는 6월에 또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차기 대회를 기대해 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회를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 생중계에 대한 시청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던 야구 팬들은 허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골수 야구 팬들은 각 포털과 스포츠 관련 사이트를 통해 격해진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을 야구팬이라고 소개한 회사원 정모(37)씨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따낸 야구를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건 참기 어렵다”며 “금메달도 따내지 못한 축구는 새벽에 중계해주면서 야구는 하나 있는 국제대회 조차 시청할 권리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각 포털사이트에서 접한 네티즌들도 “실제로 90% 이상 시청률이 나오는 경기가 있기는 한 것인가(alw****)”라거나 “프로리그의 규모와 관중에서 야구는 축구 등 다른 종목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lucky****)”는 등 애매한 방통위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중계권 판매자 측인 IB스포츠는 지난 3일 당초 제시했던 300만 달러(약 47억원)보다 크게 낮은 금액과 조건을 지상파 방송사 주협상자인 KBS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환 IB스포츠 부사장은 “당초보다 크게 낮아진 금액으로 제시한 만큼 방송사 측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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