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요즘같이 어려운 때 담배를 끊어 그 돈이라도 아껴야죠.”
지난 6일 서울 성내동 강동보건소 2층 금연클리닉. 7명의 남자가 양효순 금연상담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금연을 위해 보건소를 처음 찾은 ‘수강생들’이다. 1시간 강의가 끝난 뒤 양 상담사가 금연을 도와주는 니코틴패치와 껌을 나눠줬다. 모두 무료다. 이들은 1주일 후 다시 모이기로 했다.
30년 가까이 담배를 피워온 남모(49)씨는 “담배를 끊을 수 있을 때까지 지속 관리해주고 모든 게 무료라고 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2갑 정도를 피워 한달에 담뱃값만 15만원이 나간다. 양 상담사는 “지난해 말부터 ‘담배 살 돈 없으니 담배라도 끊어야겠다’며 보건소를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보건소 금연클리닉 참가자는 지난해 초 하루 평균 5명에서 올 초엔 10명으로 배 가량 늘었다.
1층은 내과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예전에는 60∼70대 어르신이 태반이었지만 요즘은 20∼30대와 40∼50대가 많아졌다. 내과의사 강의성씨는 “병원 약값이 부담돼 왔다는 분들이 많다”며 “하루종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귀띔했다.
경제난에 보건소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임산부 진료 및 영유아 예방접종 등 무료 서비스 외에 내과, 치과, 골밀도 검사, 일본뇌염, B형 간염 접종 등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보건소 1회 진료비는 내과·치과, 골밀도 검사, 체성분 측정 등이 1100원, 물리치료는 1600원, B형간염 접종이 3400원이다. 오모(45·여)씨는 “병원은 기본 진료비도 비싼데다 검사 추가비용까지 더하면 3만∼4만원이 보통인데 보건소는 비싸봐야 1만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보건소는 최근 하루 이용인원이 693명으로 지난해 1, 2월에 비해 11.8% 늘었다.
다른 보건소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홍익동 성동보건소를 찾은 사람은 총 7115명으로 지난해 2월(6220명)에 비해 1000명 가까이 늘었다. 이날 이 보건소 1층에서는 직장인 최모(35)씨가 B형간염 접종을 접수 중이었다. 최씨처럼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위 내시경 검사는 안하느냐’ ‘건강검진은 얼마냐’는 등의 각종 문의가 자치구 보건소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
우연히 보건소에 왔다가 쾌적한 환경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보건소 대부분이 최근 몇년 사이 리모델링을 마쳤고, 각 보건소마다 토요 특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모유수유·금연클리닉은 기본으로 모두 운영 중이다.
성동보건소 여성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3년째 이용하고 있는 김정자(69)씨는 “그동안 몸무게를 8㎏ 줄였고, 고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건강을 챙길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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