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서울지방경찰청 112 지령실에 전화를 걸어 “63빌딩 28층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곧 “사실은 장난전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63빌딩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특공대, 63빌딩 보안요원, 국가정보원 관계자 등이 총출동해 2시간여 동안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전날에도 전북경찰청 지령실에 “63빌딩 7층에 원자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경찰특공대과 63빌딩 보안요원이 긴급 출동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영등포경찰서는 동일범의 소행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목소리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63빌딩은 올해에만 벌써 3건이나 협박전화를 받았다. 지난 1월초에도 원주 차모군이 항공사와 63빌딩에 협박전화를 걸었다. 일년에 4∼6번의 협박전화를 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수다.
63빌딩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더 높은 건물이 생기기 전까지는 협박전화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협박전화가 걸려오면 보통 2시간에서 3시간 가량의 수색작업을 펼쳐야 한다. 여가를 즐기러 온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결혼식 때문에 63빌딩을 찾은 남모(44)씨는 “조금 불안한 마음은 있다”면서 “한 번의 장난 전화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63빌딩도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63빌딩 관계자는 “갑자기 수족관 등 전시관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예전에는 항의하는 분들이 계셨지만 다행히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많이 이해하고 협조해 주신다”고 말했다. 63빌딩은 협박범에 대해서도 따로 고소하거나 피해보상을 청구하지는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 관계자는 “바쁘게 살면 협박전화할 생각이나 하겠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협박 전화가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방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초 차모군이 항공사와 63빌딩에 협박전화를 한 이후 유사한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7일 협박전화도 이틀전 협박전화 보도 내용을 본 뒤 했을 것”이라며 “협박전화를 한 협박범 검거 보도가 나가면 전화를 하는 수치가 줄어드는 것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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