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서 선발투수 봉중근과 정현욱-류현진-임창용의 역투는 빛을 발했다.
◇짜릿한 설욕전= 1점차 살얼음판 리드를 가져가던 한국은 9회말 임창용(야쿠르트)이 상대 타선을 3자 범퇴로 막아내며 가슴 졸이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마지막 타자 '미스터 풀스윙'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를 잡아낼 때는 위력적인 직구로 상대 방망이가 부러지는 1루 땅볼을 유도해 설욕의 의미를 더했다.
봉중근(LG)과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를 선발로 내세운 양팀은 3회말까지 점수를 내지 못한채 맞섰다.
4회초 한국은 선두타자 이종욱(두산)이 볼넷을 골라내며 분위기를 잡아갔다. 정근우(SK)가 중견수 앞으로 뚝 떨어지는 안타를 쳐내 무사 1, 2루. 위기를 느낀 일본 내야진이 마운드에 모여 수비 형태에 대해 야전 회의를 가졌다. 무서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김현수(두산)는 파울팁 삼진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1사 1, 2루 김태균(한화)이 3루수와 베이스 사이를 꿰뚫는 총알같은 타구를 날렸고 2루에 있던 이종욱이 홈으로 파고들며 선제 결승점을 올렸다. 한국은 이어진 찬스에서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주루사가 겹치며 승기를 넘겨줄 위기에 몰렸다.
◇마운드 힘으로 이겼다= 한국은 투수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4회말 수비에서 한국은 볼넷과 보크를 내주며 무사 2루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봉중근이 후속 타자를 모조리 범타로 잡아내며 불을 껐다. 봉중근은 5⅓이닝을 던지며 일본 타선을 산발 3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임무를 완수했다.
봉중근을 구원한 정현욱(삼성)은 시속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1⅔ 이닝 동안 삼진 3개를 뽑아내고 안타 2개만을 허용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일본 타자들의 방망이는 직구 위주로 승부하는 정현욱의 강속구에 밀리며 힘을 쓰지 못했다. 류현진(한화)도 8회초 등판해 상대 왼손타자 이와무라 아키노리(탬파베이)를 삼진으로 잡아내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8회 1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보내기 번트를 허용해 2사 2루 동점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이후 임창용은 언더핸드로 150㎞를 넘나드는 '뱀 직구'로 일본 타선을 유린하며 승리를 굳게 지켰다.
◇어설픈 주루 플레이는 숙제= 한국은 추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여러차례 맞았지만 번번이 미숙한 주루 플레이가 나오며 자칫하면 승리를 날릴 뻔했다. 김태균이 결승타를 뽑아낸 4회초 정근우가 무리하게 3루까지 내달리다 아웃됐고, 이어진 2사 1, 2루 찬스에서 김태균마저 지나치게 3루쪽으로 머물러있다가 상대 포수 조지마 켄지(시애틀 매리너스)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아웃됐다. 5회초에는 1사 1루에서 박경완(SK)이 친 공이 내야에 떴음에도 타구 방향을 읽지 못한 채 2루로 달리던 이용규(KIA)가 귀루하지 못해 병살타를 헌납했다.
특히 7회에는 김태균의 2루타 등으로 무사 2,3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고도 이대호(롯데)의 유격수 앞 얕은 땅볼에 3루 주자가 김현수(두산)가 무리하게 홈으로 파고들다 아웃됐고, 2루 주자 김태균도 스타트를 늦게 끊는 바람에 3루에서 아웃돼 순식간에 기회를 날려버렸다.
한국은 7일 일본과의 승자전과 8일 중국전에서도 누상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 우려를 자아냈다. 4강을 노리는 한국팀은 주루 플레이를 시급히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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