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쓰요! That’s yo?’… WBC 맞아 ‘허구연 어록’ 다시 인기

‘대쓰요! That’s yo?’… WBC 맞아 ‘허구연 어록’ 다시 인기

기사승인 2009-03-14 09:00:01
[쿠키 스포츠]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함께 기나 긴 겨울잠에 빠졌던 야구 열기가 고개를 들자 굵직하고 익숙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야구의 기적을 안방으로 전하면서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던 허구연(58·사진) MBC 야구 해설위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대표팀이 지난 5일 개막한 WBC에서 아시아라운드를 1위로 통과하자 허 위원을 향한 야구팬들의 기대는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야구팬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대쓰요!” “들어와!” “독도를 넘어 대마도로…” 등 주옥같은 어록을 남겼던 허 위원이 오는 16일부터 본선에 들어가는 WBC에서 어떤 말을 할 지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허 위원의 어록을 담은 동영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그의 목소리와 억양, 사투리 등을 분석하는 게시글들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허 위원이 자주 사용하는 “대쓰요(됐어요)”가 ‘That's yo’로 바뀌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물론 야구에 빠져 사는 허 위원이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을 리 없다. 13일 전화를 받은 허 위원은 “나는 그런 거 모릅니다. 내 말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지도 몰랐어요”라며 최근들어 인터넷에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자신의 어록 신드롬에 대해 여전히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허 위원은 “(내 고향인) 경상도 진주에서는 ‘됐어요’를 ‘대쓰요’라고 표현한다. 입에 베어 있어서 흥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온다”고 했다. 중립적 해설이 필요한 프로야구와 다르게 마음껏 흥분해도 면죄부(?)를 받는 국가대표팀 경기를 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쓰요”가 튀어나온다는 게 허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과 쿠바, 일본을 잇따라 격파하자 첫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나도 한국인이다 보니 결승전으로 다가 갈 수록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응원하는 팬의 입장이었는 지도 모르겠다”며 털털한 웃음소리를 냈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20년 넘게 MBC 마이크를 잡아 온 허 위원은 부상으로 짧게 마감해야했던 선수 시절과 지도자를 거쳐 온 야구인의 한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이 점을 곱씹으며 자신의 역할을 찾는다.

허 위원은 어느 종목보다 분석이 중요한 야구에서 방송 해설자가 갖는 중요함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본선에서 한국과 함께 1조에 포함된 일본과 쿠바, 멕시코를 치밀하게 분석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1회 대회와 이번 대회는 상황이 다르다”며 “지난 대회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던 외국 선수들이 이번에는 조국을 위해 뛰고 있다. 이변이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본선이 매우 혼탁한 판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의 전력으로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며 “첫 상대인 멕시코에는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많다. 한국은 지난 대회보다 투수력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조심해야한다”고 경고했다.

허 위원은 그러나 “조직력과 상대에 대한 분석은 우리가 훨씬 앞선다”며 “코칭스태프가 미국에서 가진 연습 경기에서 잇따라 패한 선수단을 잘 독려하고 시차 문제와 컨디션 난조를 잘 극복한다면 지난 대회에서 거둔 수훈의 성과들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