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스타와 용병은 물론, 선수단 인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2만5000명이 채 안되는 두 곳의 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단숨에 두 팀을 집어 삼키며 정규리그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축구 판세에 지각 변동을 예고했던 신생팀 강원FC의 올 시즌 초반 상황이다.
강원은 1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2라운드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FC서울 2-1로 격파했다. 강원이 지난주 개막전에서 제주를 이길 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축구계는 이제 베일을 벗기 시작한 ‘강원도의 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과 서울의 전력은 말 그대로 ‘비교 불가’다. 기성용과 정조국, 이청용 등 다수의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보유하고 개막전에서 전남을 6-1로 대파한 서울이 이을용과 정경호를 제외하면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로 구성된 강원에 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선수단도 총 32명으로 서울보다 5명 이상 부족하다. 그 중에는 신인만 20명이 넘고 용병도 오하시 마사히로(일본) 뿐이다. 유럽과 남미 출신들을 앞세운 다른 팀들에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부터 고공행진을 벌이는 ‘강원도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가장 큰 부분은 아직 전력이 드러나지 않은 신생팀이라는 점에 있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축구를 구성했던 14개 구단들은 수원과 성남, 서울, 울산 등 강호의 전력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강원은 모두의 시선 밖에 있었다.
공격수 정경호와 미드필더 이을용만 잘 틀어 막으면 강원쯤은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다수를 이뤘다. 그러나 충분하게 훈련된 전술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로 무장한 강원은 결코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었다.
선수단의 투지는 지난 시즌까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을 지도하다가 올 시즌 강원의 지휘봉을 잡고 프로축구로 무대를 옮긴 최순호(사진) 감독의 열정까지 더해져 한 층 더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최순호 감독은 15일 전화통화에서 “시즌의 25%를 넘기는 7경기 이상 치러야 (판세를)알 수 있다”며 “전력은 상대적인 것이다. 플레이 스타일과 전술 구상 등 각 팀마다 색이 다른 것이다. 우리에게는 젊은 선수들로 주축된 패기가 있다”고 시즌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강원의 강세를 설명했다.
최 감독은 “우리는 향후에도 꾸준할 것이다”며 “성적은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경기의 내용과 선수들의 의욕은 시즌 끝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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