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달성한 전승 우승의 여세를 이번 대회까지 몰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1라운드 2차전에서 만난 일본에 충격의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면서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최종전에서 일본에 설욕하며 아시아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하기는 했으나 개운치 않은 뒷 맛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한국은 4강 직행 티켓을 놓고 ‘리턴 매치’를 벌이는 일본과의 승자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콜드게임 패배의 악몽을 씻어버리겠다는 태세다.
이를 갈고 있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야구의 간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는 17일 기자들을 만나 “헤어진 여자친구를 운명처럼 자주 만나는 것과 같다. 이쯤되면 결혼하는 게 낫다”며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대회의 허술한 진행 방식을 꼬집은 것이었으나 한국과의 잦은 만남이 썩 내키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 대회의 원년 챔피언으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앞선다는 평을 받지만 최근에는 잇따라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현지 언론들도 “지난 1999년 이후 한국전에서 4승8패로 열세에있다”며 자국 야구에 뭇매를 때리고 있다.
이치로 등 스타로 배수진을 친 일본 타선이 대회 1라운드 최종전에서 한국 마운드에 단 한 점도 빼앗지 못하고 영패의 수모를 당했다는 점은 현지 야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선발로 나와 완벽투를 선보인데 이어 이번 승자전에서 또 선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인 봉중근(LG)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일본의 스포츠전문 뉴스 포털 ‘스포츠나비’에는 “3년 전 이치로의 싸인볼을 받으려 했던 봉중근이 이치로를 잡았다”는 기고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또 LG 구단이 봉중근을 안중근 열사로 재탄생시켜 300장으로 한정 판매한 티셔츠가 순식간에 매진됐다는 소식을 앞다퉈 보도하며 일본 야구팬들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전날 한국이 멕시코를 8-2로 제압하고 승자전에 진출하는 순간을 지켜본 ‘스포츠나비’ 네티즌들은 “상대가 또 한국이냐”라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1라운드 선발(봉중근)이 또 나오는 게 아닐까(3M2h6***)”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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