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봉박사(봉중근)와 김수비(김태균) 앞에 선 ‘사무라이 재팬’의 칼날은 날카롭지 않았다. 일본을 상대로 두 차례 연속 선발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LG)과 육중한 몸을 이끌고 날렵한 호수비를 선보인 김태균(한화)은 한국대표팀에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진출권을 선사한 일등 공신들이었다.
봉중근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팻코파크서 열린 대회 2라운드 1조 승자전에서 선발로 나와 5⅓ 이닝 동안 일본 타선을 안타 3개와 1실점으로 틀어 막아 승리 투수가 됐다.
일본의 다르빗슈와 벌인 선발 맞대결도 봉중근의 완승으로 끝났다. 다르빗슈는 1회말 한국에 3점을 내주는 등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며 5이닝 동안 4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의 오명을 썼다. 영점대의 방어율을 자랑하는 일본 투수진이었으나 다르빗슈의 이날 방어율은 3.60으로 부진했다. 반면 봉중근의 방어율은 1.69에 불과했다.
봉중근의 호투는 김태균의 호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루수 김태균은 사실상 승부처였던 1회초 슬라이딩 캐치로 상대의 안타를 막아내는 등 ‘명품 수비’를 선보이며 봉중근의 어께를 가볍게 했다. 김태균의 호수비로 일본에 선제점을 내주지 않은 한국은 이어진 말 공격에서 3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지난 9일 대회 1라운드 최종전에서 일본에 영패를 선사했던 봉중근에게 안중근 의사를 빗대어 ‘봉중근 의사’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던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의 네티즌들은 “봉중근이 다시 한 번 일을 냈다”거나 “열도를 흔들었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이들은 ‘의사(義士)’를 ‘의사(醫士)’로 재해석해 ‘봉박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탄생시켰다.
또 지난 6일 대회 1라운드 대만전에서 한국의 9-0 완승을 이끌어 ‘김타점’이라고 불렀던 김태균에게는 ‘김수비’라는 별명을 추가하며 무려 200개를 넘기는 그의 별명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