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부하에게 편지쓰는 해군총장님.’
전화와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 편지가 정옥근(57·사진) 해군참모총장에게는 장병들과 소통하는 소중한 통로이다. 2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정 총장이 취임 후 장병들에게 보낸 편지는 350여통이 넘는다. 하루 평균 1통이상을 쓴 셈이다.
지난해 9월 진급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장교들은 심사결과가 나온 지 얼마 안 돼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진급의 영광을 모두에게 안겨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정 총장의 글이었다. 그는 “마음을 추스르고 해군의 훌륭한 재목으로, 해군 발전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편지 한장으로 실의를 달랠 수는 없었지만 총장의 편지를 처음 받은 이들에게는 적지않은 격려가 됐다.
2002년 6월 발생한 제2연평해전에서 아들과 남편을 잃은 가족들도 정 총장의 편지를 받았다. “우리 장병들은 승리의 주역인 여섯 영웅들의 투혼을 가슴 속 깊이 명심하여 조국의 바다를 빈틈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내용이었다. 그는 현충일과 연평해전 발발일, 추석 등 고인들에 대한 그리움이 부쩍 더 사무치는 날 즈음에는 유족들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냈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한 장교,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한 하사, 이국땅에 파병된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도 총장의 편지를 받았다. 그는 질병으로 전역했다 사망한 후배 장교의 딸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이 안타깝다는 사연의 이메일을 받고는 이 장교가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도록 탄원하는 편지를 국가권익위원회와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장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정 총장은 초급장교 시절부터 부하들에게 종종 편지를 써왔지만 ‘편지 리더십’이 본격화된 것은 2005년 1함대 사령관 재직때부터다.
그는 총장 취임 후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선행을 하거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장병들이 있는지를 수시로 챙기고 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국가와 장병들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정 총장은 “해군으로서의 자부심을 나누고 해군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편지쓰기를 시작했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편지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사진=해군 제공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