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양 국의 고질적 앙숙관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온기가 넘쳐 흘렀던 한국과 일본의 은반 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김연아(19·고려대)의 ‘연습 방해’ 파문 이후 한·일 피겨스케이팅(이하 피겨) 팬들이 상대 국가 선수들을 헐뜯는 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SBS는 지난 14일 김연아가 경쟁자들, 특히 일본 선수들로부터 연습 방해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4대륙 선수권에서는 심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는 김연아의 말을 전했다. 이로 인해 일본 피겨계는 크게 요동쳤다. 일본빙상경기연맹은 진상조사에 나섰고 한국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 김연아는 특정 국가, 또는 선수를 지목하지 않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이 점을 일본 측에 확인해줬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연일 김연아의 말에 반박하는 형태의 기사들을 쏟아내며 아사다 마오(19) 등 경쟁자들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게했다.
아사다는 지난 23일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의도적인 진로 방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일본의 피겨 스타 아사다가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나서자 현지 팬들은 격하게 분노했다. 이는 고스란히 김연아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아사다의 해명을 접한 일본 피겨 팬들은 “아사다를 불쾌하게 한 김연아는 비겁하다(AKRY****)”거나 “피해자는 오히려 아사다 쪽이다(Bd****)”는 등 아사다를 격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연아에게 힐난을 퍼부었다.
김연아의 연습 방해 파문이 시작됐을 당시 실제 일본 선수들의 방해가 의심되는 동영상을 분주하게 유포하던 한국 팬들은 이제 양 국의 각 포털 및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일본 팬들과 대치하며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가보다 선수 위주로 팬덤이 형성되는 피겨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피겨는 선수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국제 대항전이 열리는 만큼 일반적인 국제 스포츠 제전과는 사뭇 다른 팬 문화가 형성돼있었다. 이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김연아의 연습 방해 파문이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연아는 오는 27일 쇼트프로그램에, 29일 프리스케이팅에 각각 출전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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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WBC 병역면제 줘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