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부동산과 주식·펀드, 각종 회원권 등으로 '무장'한 공직자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 투자에 열을 올렸던 이들의 재산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7일 관보에 공고한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재산 감소자가 지난해보다 갑절 늘었다. 중앙부처 1급 이상과 지방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시도교육감·교육위원 등 1782명 가운데 지난해 말 현재 재산이 1년 전에 비해 증가한 사람은 59.5%, 감소한 사람은 40.5%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재산 증가자가 79.0%, 감소자가 21.0%였다.
재산이 줄어든 공직자 상당수가 경기침체로 인한 주가 및 부동산값 하락으로 재산이 감소했다. 반면 재산을 불린 이들은 주식을 제때 처분하거나 예금 등 안정 자산을 늘리며 재테크 수완을 발휘했다. 부모로부터 거액을 상속받아 재산을 늘리기도 했다.
◇주가 하락에 '직격탄'=재산이 감소한 중앙기관 고위 공직자 상위 10명 가운데 8명이 주가 하락으로 수억∼수십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재산 감소액 순위 1위에 오른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총 재산의 절반가량인 55억7179만원을 까먹었다. 류 사장의 재산은 지난해 말 현재 56억5899만원으로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펀드 손실 등으로 24억3300여만원이 줄어 재산 감소액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100억원대 재산을 소유, 행정부 재산 상위자 10인 가운데 8위(116억8289만원)를 차지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펀드투자 손실 등으로 15억1000여만원,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은 주가 하락 등으로 14억7000여만원, 김태효 대통령실 비서관은 펀드 손실로 12억여원의 재산이 줄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펀드 투자 손실로 1년 사이 10억여원이 사라졌다.
지방 공직자 중에선 윤기성 서울시의원이 채무 증가로 27억2000여만원이 줄었고, 이경호 대구시의원은 어음 부도 등으로 21억6000여만원이 감소하는 등 경제한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전체 재산공개 대상자 중 5000만원 미만 재산 감소자가 17.9%로 가장 많았다. 1억∼5억원 감소가 11.8%, 5000만∼1억원 8.0%, 5억∼10억원 2.0%였으며, 10억원 이상 줄어든 사람은 0.8%로 15명이었다.
◇주식을 팔거나 상속을 받거나=주가 하락 도미노 속에서 발빠르게 주식을 매각해 수익을 거둔 이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7억4000만원어치의 유가증권을 매각, 스톡옵션 상실보상금과 급여저축 등을 보태 예금을 1억7000만원에서 무려 27억원으로 늘리는 재테크 실력을 과시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주식 15억7000만원가량을 팔아 예금을 5억4000만원에서 17억9000만원으로 불렸다.
재산이 수십억원씩 늘어난 사람은 주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서였다. 재산 증가액 순위 1위에 오른 김수남 경북 예천군수는 81억3000여만원을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았다고 신고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부친으로부터 39억5000여만원을 물려받았다. 박성중 서울 서초구청장은 장인으로부터 16억4000여만원을 증여받았다.
이 외에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도 재산 증가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재산신고에 적용된 주택 공시가격·공시지가는 2008년 1월1일 기준으로, 지난해 부동산 값 하락분이 반영 안된 측면이 있다. 구본충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은 "재산 증가 이유가 대부분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인데 작년 기준이어서 현재 보유한 재산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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