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고, 수사의 최종 종착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정풍운동, 권력공백론, 정치권 개혁론 등이 설왕설래중이다.
친이계 재선 의원은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연차 리스트에 등장해서 검찰 수사를 받은 의원들만 걸리고 넘어간다면 4년 뒤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정화운동을 벌이든, 정풍운동을 벌이든 정치권 풍토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에 초·재선 의원만 130여명”이라며 “나라를 뒤흔드는 일이 벌어졌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넘어간다면 여당의 존재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 친이계 초선의원도 “박연차 문제에 걸려있는 사람이 노 전 대통령뿐이라는 얘기를 국민들이 믿겠느냐”며 “검찰의 문제, 장자연 리스트 등 정치권 정풍운동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한나라당내 초선그룹인 ‘민본 21’ 등을 중심으로 정치개혁 논의들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치개혁 논의들이 제도개선책에 한정될 지, 아니면 여권내 쇄신운동으로 번질지도 관심이다.
개헌 문제와 연계된 발언도 나온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발생한 것”이라며 “때문에 18대 국회에서도 분권형 대통령제가 국회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고 개헌할 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권내 권력구도 변화 가능성도 생겼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이상득 의원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지만, 앞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여권내 힘의 공백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귀국후 ‘낮은 포복 자세’를 유지중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4·29 재보선 이후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반대로 영남권 초선의원은 “이상득 의원의 활동폭이 제약된다고 해서,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해야 한다는 말은 넌센스”라며 “여권이 특정 인사들 중심으로 운영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연차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친정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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