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도 차별 여전…인지도도 낮고 법령끼리 충돌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도 차별 여전…인지도도 낮고 법령끼리 충돌

기사승인 2009-04-17 18:00:02
[쿠키 사회] 지체장애인 배명곤(40)씨는 지난해 고입 검정고시에 도전했다. 하지만 배씨는 시험을 보기 전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시험장에는 휠체어로는 홀로 넘어설 수 없는 계단이 가로막았다. 계단을 통과하니 화장실이 문제였다. 화장실의 좁은 문 앞에서 배씨는 시험을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배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다음 시험에선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 시험장에 배정받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난해 4월 시행된 뒤 장애인 차별 문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배씨처럼 차별을 경험한 장애인은 인권위 진정을 통해 권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장애인 차별이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선 현장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차별금지를 지켜야 하는 행정·의료·복지·교육·사법 기관 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차별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달라 차별을 하고도 “차별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변명이 가능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15개 관련 부처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취합하고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가이드라인 종합판을 만들 예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다른 법령들이 서로 상충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60여건의 법률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의 경우 낙태 허용 대상에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자’를 명시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충돌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인지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최근 복지부 조사 결과 장애인 10명 중 4명(41.1%), 비장애인 10명 중 6명(62%)만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알고 있다.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오히려 장애인들이 법에 대해 모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장애인 정보 접근성에 대한 차별 금지 조치는 지난 11일부터 시행됐다.

복지부 인정숙 장애인권익증진과장은 17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을 알고 적극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헌법 수준으로 알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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