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국가유산 현충사의 문화재 보존 관리·감독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청이 문화재 보호·보존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선 만큼, 보다 적극적인 문화재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의 내부 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충사 관리소의 문화재 감리 및 수리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시설로, 1706년 충청도 유생들의 상소로 건립됐다. 1967년 사적으로 지정되어 국가유산청 산하 현충사 관리소(이하 관리소)가 운영하고 있다.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4월 28일에 정부 주관으로 제전을 올리기도 한다.
관리소는 현충사 내의 충무공 유적과 묘소 등 문화재에 대한 전반적인 보존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충무공 유적 중장기 종합정비계획 수립 조정, 충무공 유허 및 충무공 묘소의 지정보호구역 정비에 관한 사항, 문화재 및 시설물과 수목의 보호관리, 충무공의 위업 선양에 관한 사항 등 문화재 보호·보존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재보호법 제11조 및 문화재수리법 제36조 제5항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국가유산전자행정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관리에 필요한 자료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마련됐으며 보수정비, 지표발굴, 현상변경 등 24개 국가유산 보존관리 업무 전자행정 처리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리소는 문화재 수리의 발주자로서 문화재 수리 등의 업무를 추진했을 경우 국가유산전자행정시스템에 보수정비 이력을 입력해야 한다. 또 수리 보고서 및 설계도면 등 자료를 시스템에 등재해 문화재 수리 등 관리 이력을 체계적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충사 관리소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2024년 5월 감사 결과를 보면, 관리소는 2019년 6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5건의 ‘문화재 감리용역’ 중 4건을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다. 단 1건만 국가유산전자행정시스템에 올렸는데, 그마저도 등재 완료가 아닌 등재 요청 상태로 나타났다.
‘문화재 수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 동일 기간 문화재 수리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작성 대상 사업 8건 중 5건이 등재되지 않았다. 나머지 3건은 등재 요청 상태였다.
오는 2025년부터 국가유산 행정 전 과정을 디지털로 통합 운영하는 ‘차세대 국가유산 전자행정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국가유산청 소속기관들이 문화재 감리·수리 보고서를 시스템에 등재하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기존 전자행정시스템 고도화와 활용도 향상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차세대 국가유산 전자행정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국가유산 보존관리 행정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 국가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은 올해 말까지 마무리되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임오경 의원은 “발주자인 국가유산청 소속기관들은 문화재 수리의 품질 확보와 향상을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체계적인 전자행정시스템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