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개성공단 사업이 백척간두에 섰다. 21일 남북 당국간 접촉이 난항 끝에 이뤄졌으나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의 장래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으며 최악의 경우 폐쇄 가능성마저 나온다. 앞으로 남북간 추가 논의를 통해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 해도 개성공단의 리스크는 오히려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된 지 5년이 채 안돼 급속히 시들고 있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축소→통행 제한·차단' 등 절차를 밟아왔다. 주로 정치·군사적 이유로 개성공단은 '볼모'가 됐다. 특히 지난 5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영변 핵시설 재가동, 6자회담 탈퇴 선언 등 외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및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행위 등을 문제삼아 개성공단을 더욱 옥죄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공단 폐쇄도 그 중 하나다. 북한은 '남측의 PSI 전면 참여=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개성공단을 포기할 명분도 갖췄다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공장 폐쇄 조치 대신 공단 통제 수위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먼저 공단 문을 닫지 않았다'며 책임론을 피하면서도 남측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느 쪽이든 개성공단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미 생산설비 일부를 남측으로 옮긴 기업이 등장했고, 공장 분양을 받고도 입주를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정훈(한나라당) 의원이 47개 입주 업체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 50%가 공장가동률을 줄였다고 답했다. 62.5%는 생산이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박사는 최근 "개성공단을 폐쇄할 경우 북측은 연간 6200만달러의 외화벌이를 포기해야 하고, 남측은 최대 21조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손실만이 아니다. 개성공단 폐쇄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남북간 핫라인마저 막힌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이어주던 유일한 끈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사업을 접어야 할 우려도 있다. 섬유 업체 A사는 "국내외 바이어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일단 주문 취소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부품 업체 B사 관계자는 "요즘은 하루하루 벼랑끝을 걷는 심정"이라며 "개성공단이 계속 정치적 문제에 시달리면 누가 공장을 계속 돌리려 하겠느냐"고 했다.
희박하지만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접촉에서 북한이 유씨에 대한 접견 허용 또는 석방을 결정한 뒤 남측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우리는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남북간 출입 체류 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개성공단도 일시적이나마 정상을 찾을 수 있다. 이 경우 개성공단 기숙사와 출퇴근용 도로 건설, 원활한 통행 관리를 위한 군통신 자재·장비 제공 등 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현안들을 협의할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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