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3월 중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강한구(56) 계장은 불법체류자로 인계된 몽골인 울지자르갈(40)씨의 얼굴을 본 순간 걱정이 앞섰다. 얼굴색은 창백했고 병색이 역력했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도 괜찮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강 계장의 끈질긴 질문에 그는 “평소 많이 아팠는데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갔다”고 털어놨다.
강 계장은 울지자르갈씨의 병세가 위중하다고 판단해 국립의료원으로 후송시켰다. 그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판 이상으로 즉시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강 계장의 보고를 받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울지자르갈씨를 곧바로 추방하는 대신 국립의료원과 한국심장재단에 도움을 요청해 무료 수술을 받도록 했다. 부인 산다그(42)씨도 몽골에서 불러들여 남편을 병간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정성 때문이었는지 지난달 25일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모금운동을 벌어 130여만원을 그에게 전달했다. 이 돈으로 울지자르갈씨는 치료비 1960만원 중 본인 부담 몫인 85만원을 내고 귀국 항공권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울지자르갈씨는 2005년 단순취업 비자로 입국해 공장에 취업했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돈도 못 번 채 2007년 11월부터 불법체류자로 전전했고 3월 주민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24일 퇴원한 그는 다음달 1일 고향으로 돌아간다. 울지자르갈씨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온정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며 “몽골에 가도 한국 사람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씨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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