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격투가가 왜 영화에 출연하는 거야?”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9·스프리스KI·사진)이 일본 영화에서 부적절한 배역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자 국내 종합격투기 팬들은 또 하나의 의문을 달기 시작했다. 격투기 선수가 링 위에 서지 않고 연예 활동에 주력하는가 하는 점이 바로 그 것이다.
최홍만은 최근 종합격투기보다 연예 활동에 주력해왔다. 일본 방송에 출연해 비키니를 입은 여성에게 옷을 입혀주고 시간을 재는 게임을 하거나 연예인들 사이에서 테크노 댄스를 추는 그의 모습은 선수보다 연예인 쪽에 더 가까워 보였던 게 사실이다.
최홍만이 일본 영화 ‘고에몬’에서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호위 무사 ‘아왕’으로 출연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한국과 일본 팬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하는 것은 그가 최근들어 급증한 연예 활동으로 인해 격투가의 본분을 잃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는 최홍만에게만 던져진 의문점이 아니었다. 세계 최강의 파이터 표도르 에밀리야넨코(33·러시아)와 미식축구 NFL 출신 밥 샙(35·미국), 재일한국인 추성훈(34·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도 잇단 장외 활동으로 팬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밥 샙은 현지에서 이미 엔터테이너의 길을 걸어온 지 오래다. 온갖 방송 출연과 광고를 섭렵하느라 링 위에 오르지 않았던 그는 지난해 12월 일본 만화 캐릭터인 긴니쿠 만타로(근육맨)와 링 위에서 대결을 펼쳤다. 사실상 격투가의 길을 끝냈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여기서 TKO승을 거뒀는데 무려 1년여 만에 따낸 것이었다.
표도르의 행보도 주목할 만 하다. 표도르는 지난달 방한해 드라마에 출연하고 광고 초상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에는 배우 김보성과 함께 액션영화를 촬영했다. 평생 단 1패에 그쳤던 그가 자신의 주종목인 삼보에서 8년 만에 첫 패배를 당한 것도 같은해 11월이었다. 부업이 본업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오는 7월 미국 진출을 앞둔 추성훈의 공백은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일본 무대를 떠난 뒤 자서전을 출간하고 현지 톱 모델 야노 시호(34)와의 결혼을 발표하는 등 경기장 바깥 활동 소식만을 전해오고 있다.
이 처럼 정상급 격투가들이 잇따라 연예계로 진출하는 현상은 엔터테인먼트에 주력했던 종합격투기의 태생적 한계가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연예와 광고 시장에 뛰어들어야하는 수입 구조는 이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최홍만도 여기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종합격투기 K-1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FEG 코리아 고위 관계자는 “최홍만이 막대한 금액의 매니지먼트피(Management fee·관리수수료)를 받는다”며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수입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본인의 수입에도 직결되는 만큼 경기장 바깥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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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또 연예인 마약… 영구퇴출 해야하나